우연한 발견이 발명으로
사소한 실수나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연구의 부산물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발명도 그 예이다.
1912년 영국 세필드에 있는 제강회사에서 근무하던 해리 브리얼리(1871년~1948년)는 점심식사를 마친 어느 날, 생각에 잠긴 채 공장 뜰을 거닐다 철 스크랩 사이에서 반짝이는 쇳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브리얼리는 얼마 전에 대포 포신 재료 개발을 위해 철과 크롬을 합금하여 실험하다가 쓸모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버렸던 쇳조각임을 알게 되었다. 버려진 지도 꽤 오래되고 몇 차례 비를 맞았는데도 전혀 녹슬지 않고 오히려 반짝이는 이 쇳조각은 곧바로 브리얼리의 새로운 실험 대상이 되었다. 브리얼리는 쇳조각에 포함된 철과 크롬의 비율을 측정해 본 후, 새롭게 두 가지 종류의 금속을 동일한 비율로 녹여서 합금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합금은 공기 중에 두어도 녹슬지 않았고, 과일즙을 묻혀도 전혀 얼룩이 생기지 않았다. 그가 녹슬지 않는 새로운 강철 즉,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림1>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꾼 주방의 모습
스테인리스 스틸은 팔방미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영문으로 Stain과 Less의 합성어로 녹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녹이 슬기 어려운 소재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른 이해라 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철(Fe)에 상당량의 크롬을 넣은 후 탄소(C), 니켈(Ni), 망간(Mn), 모리브덴(Mo) 등을 조금씩 포함하고 있는 합금강으로 표면이 미려해 의장성이 뛰어나서 별도의 도금 공정을 거칠 필요도 없고 내식성이 월등해 사용환경의 제약이 적고, 위생적이다. 또한 가공성이 우수하여 변형이 용이하고, 강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강하며, 내화(耐火), 내열(耐熱)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방용품, 엘리베이터, 건물 내ㆍ외장재, 전자제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학 및 중공업, 전 산업분야에까지 그 사용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주방의 혁명을 가져오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는 주방 분야이다. 과거에는 무쇠로 된 솥이나 놋으로 만든 그릇, 수저 및 일반 철로 만든 칼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만든 냄비 등 다양한 소재가 주방기구로 사용되었지만, 무쇠는 무거운 무게, 놋쇠는 쉽게 녹이 슬어 광택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으며, 알루미늄 냄비도 쉽게 찌그러지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스틸의 등장과 함께 추억의 물건으로 잊혀지게 되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간단한 물 세척 만으로도 광택을 쉽게 유지할 뿐 아니라 매우 위생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각종 그릇, 수저, 식칼, 냄비, 압력솥, 주전자, 믹서기 및 오븐 등 각종 주방용품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때문에 주부들의 노동량도 대폭 줄여주었다.
합금 성분에 따라 성질과 용도도 달라
오늘날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합금 성분에 따라 크게 철-크롬계의 페라이트(Ferrite) 스테인리스 스틸과 철-니켈-크롬계의 오스테나이트(Austenite) 스테인리스 스틸로 나뉜다. 페라이트(Ferrite) 스테인리스 스틸은 상온에서의 철과 크롬의 양쪽 산화막을 표면에 만들어 내부를 보호하도록 한 것으로 13%의 크롬을 첨가한 크롬 스테인리스 스틸이 가장 유명하다. 그리고 오스테나이트(Austenite) 스테인리스 스틸은 900℃∼1400℃의 고온에서 안정된 철 구조에 다량의 니켈, 크롬을 첨가함으로써 상온까지 안정되게 한 것으로, 18-8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18% 크롬, 8% 니켈 합금의 소재가 유명하다. 오스테나이트 스테인리스 스틸은 니켈이 첨가되어 있어 자석에 붙지 않을 뿐 아니라 가공을 하면 아주 단단해져 부식에 가장 잘 견디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주방기구의 대표 소재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내식성을 크게 향상시킨 슈퍼 스테인리스 스틸이 개발되어 염산이나 황산 등의 산에도 반응하지 않는 소재가 개발돼 발전소의 해수 사용 열교환기 등에 값비싼 티타늄의 대체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