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나 은, 철, 알루미늄 등 금속을 특수 가공하여 만든 섬유가 금속섬유(Metal Fiber)다. 직경에 따라 극세사(極細絲, 25μm~100μm)와 초극세사(超極細絲, 1μm~25μm)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100μm 내외이므로 그보다 가는 금속섬유를 제조하려면 용융방사법, 다이스 압출법, 선상 결정 성장법 등 다양한 나노기술이 동원되어야 한다.
인류가 금속을 의류에 사용한 것은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이전부터 귀족의 장신구로 금속섬유를 사용했으며, 고대 중동지방의 페르시아와 아시리아에서도 금속사(金屬絲)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때의 금속사는 주로 천연섬유 위에 금이나 은을 입힌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럽 중세에는 강철고리를 연결해 사슬 갑옷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금속사는 1960년대 우주복에 사용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면서부터 탄생했다. 지구와는 달리 높은 온도와 강한 빛에 노출된 우주공간에서 인체를 보호해 줄 우주복이 필요해졌고, 이것이 금속섬유에 대한 연구에 불을 당긴 것이다.
금속사(金屬絲)
물론 아직도 금속섬유는 일반적인 의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유기 화합물로 만들어진 일반 섬유에 비해 무겁고 열전도율 역시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속섬유에는 다른 섬유 소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전기 도전성이 탄소 섬유의 20배나 될 정도로 크고, 750~1250℃에서도 견딜 만큼 내열성이 강하다.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세라믹 섬유보다 강도 값도 균일하다. 악취 제거와 인체 유해 균을 없애 주는 특성도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금속섬유는 직물에 섞어서 정전기를 영구적으로 방지하는 정전기 방지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이고, 단열재와 고순도 필터, 소음 차단재, 전자파 차폐재 등으로도 활용된다. 2001년에는 일본에서 금속섬유를 사용한 임부복이 개발되었고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착용했던 군복과 방독면 소재에도 금속섬유가 사용되었다.
금속섬유의 재료는 목적에 따라 강, 알루미늄, 베릴륨, 텅스텐, 몰리브덴 및 스테인리스 스틸 등이 사용되지만, 금속섬유 수요의 90% 이상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다른 금속보다 성형이 쉽고 부식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