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토목학회ASCE는 현대 토목건축물 중에서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오렌지색 현수교,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金門橋, Golden Gate Bridge)’다. 길이 2,825미터, 너비 27미터인 이 강철 현수교는 남단의 샌프란시스코와 북단의 마린 반도를 잇는 다리로 1933년에 착공, 1937년에 완공되었다. 다리명인 ‘골든 게이트(Golden Gate)’는 샌프란시스코 만과 태평양을 잇는 목으로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와 매린 카운티(Marin County)를 연결한다.
금문 해협에 다리를 놓을 생각은 이미 1872년부터 시작됐지만, 강철 케이블을 이용한 현수교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에 다리를 놓는다는 생각이 구체화된 것은 1916년 이후의 일이었다. 1920년대 초 이미 400여 개의 교량을 설계한 바 있는 미국의 토목공학자 조셉 스트라우스(Joseph B. Strauss)는 교각의 수를 줄이는 대신 경간(Span,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을 길게 만들 수 있는 강철 현수교를 제안한다. 당시까지 존재했던 경간이 가장 긴 다리보다도 두 배 이상이나 긴 1,280미터의 경간으로 설계된 금문교는 많은 건축・엔지니어들로부터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스트라우스의 생각은 오랜 논의 끝에 구체화돼 1933년 1월 5일 대공사가 시작됐다. 스트라우스는 공사기간 중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빠른 조수와 잦은 폭풍, 안개 등은 공사의 순조로운 진행을 방해했다. 실제로 공사기간 중 화물선이 버팀 다리와 충돌해 심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또한 이 지역은 산 안드레아스 단층대에 속해 있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내진 설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에 스트라우스는 교량 건설의 역사상 가장 엄격한 산업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그는 공사 인부들이 바람에 날려 다리 밑으로 떨어져도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리 밑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해 무려 19명의 인부들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개통을 불과 3개월여 앞둔 1937년 2월 17일 12명이 일하고 있던 다리 발판의 일부가 붕괴되어 안전 그물망을 뚫고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10명이 목숨을 잃는 등 총 11명의 인부가 사망하기도 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937년 5월 28일 주경간 1,280미터, 높이 227미터의 탑에 두 개의 강철 케이블이 걸린 현수교인 금문교가 완전히 개통됐다.
총 공사비용으로 3,500만 달러가 들었으며, 다리를 만든 철근 와이어는 케이블 길이가 2,332미터, 직경이 92센티미터나 되었다. 그것은 아주 얇은 2만 7,572개의 케이블을 꼬아서 만든 굵은 케이블이었으며 전체 와이어의 길이는 12만 8,748킬로미터의 강선을 꼬아서 만든 것이다. 금문교에 사용된 케이블의 무게만 2만 4,500톤에 달했다.
금문교를 통해 인류는 철강이 단순히 튼튼한 소재가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금문교는 다리가 두 지역을 연결해주는 수단은 물론 미적 조형물로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