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국 포스코경영연구소 북경사무소장] 시대별로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재미있는 글로 표현한 것이 있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됐을 때 등장한 표현은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1979년 개혁개방을 결정할 당시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1989년 동유럽이 붕괴하자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다”, 2009년 세계적 금융위기 때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 등이다.
이 말은 중국 중견급 학자가 2009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언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중국의 자신감을 피력하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인 셈이다.
이처럼 ‘9년’으로 끝나는 연도에 중국을 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5년 후인 2019년 중국은 어떤 위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최근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중국이 과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0% 대에서 최근 7%대로 하락하면서 부동산 버블,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제조업 과잉설비 등 취약 부문에서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중국이 조만간 ‘중진국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진국 함정은 1인당 평균소득이 세계 중간 수준에 도달한 뒤 경제발전이 더이상 이뤄지지 못하고 장기침체를 겪는 상황을 말한다. 이 외에도 올림픽 개최 이후 일본과 한국의 경험을 빗대어 중국의 성장정체를 예상하기도 한다. 1964년 도쿄, 1988년 서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전후 1인당 GDP는 한·중·일 3국 모두 3000~4000달러대였고 노동분규 급증 경험도 유사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 경제성장 지표 추이도 과거 일본, 한국의 올림픽 이후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과거 일본과 한국 모두 올림픽 10년 경과 후, 경제위기 경험 및 저성장 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중국 역시 저성장 체제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국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서구 진영의 우려는 개혁개방 이후 줄곧 제기되어 왔으며 향후 중국은 과거 고속 성장은 아니지만 7% 전후의 지속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또 최근 중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우려는 위기가 아닌 지속적 성장을 하기 위한 성장통(成長痛)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중국은 14억 인구 가운데 우수 핵심인력을 당에서 흡수하고 있어 일시적 동요가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낙관론자들은 현재 중국경제 상황을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고도성장기를 끝내고 질적으로 ‘새로운 정상상태,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최근 중국경제가 이미 ‘뉴노멀’ 시대에 진입했다고 강조하고 뉴노멀 시대의 중국경제에 올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 고도화, 경제의 질적 개선, 시장의 자원분배 기능 강화 등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처럼 비관론과 낙관론 속에 중국 위상은 2019년에 어떻게 될까. 중국경제가 중진국 함정은 물론 경착륙을 경험해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를 외칠지, 미국 GDP를 추월해 세계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가 될지 앞날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중국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1500년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국가는 중국 명나라였으며 중국 GDP규모는 1800년대 초반까지 서유럽보다도 더 컸다. 그 후 세계 경제 중심이 유럽, 미국, 일본으로 이동했지만 지금 그 중심이 다시 중국으로 이동 중이다.
게재지: 이데일리<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