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포스코경영연구소20주년 공동기획 -[6] 철강산업에 대한 5가지 오해
일반인이 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살펴보면 대체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철은 철광석과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공해산업일 것이다’ 또는 ‘철강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사양산업이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굴뚝산업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등이다. 과연 그럴까? 철강산업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철강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철이나 철강산업에 대해 흔히 갖게 되는 5가지 오해를 풀어보자.<편집실>
①철강산업, 재활용률 높고 신재생에너지 소재로 활용되는 ‘친환경 산업’
②일반강재와 두께 같지만 강도 1.5~5배 높은 고장력자동차강판 개발
③연관산업 기여도·고용창출·수출증대 효과 등 부가가치 높은 철강산업
④철을 갖기 위한 전쟁의 시대 넘어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필수산업 정착
⑤주요 신흥국 도시화따라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 소비 증가 성장 지속
오해①
철강산업은 공해산업이다?
우리가 철강산업에 대해 가장 자주 하는 오해는 철강산업을 공해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철을 만드는 제철소에서는 크고 무거운 제철설비와 공장 여기저기에 높이 솟아 있는 굴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철광석이나 원료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뿜어내는 검은 연기 등 겉모습만 보았을 때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철강산업이 제조업 가운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라는 점도 공해산업으로 오해받는 요인이다. 물론 철강산업에 대해 굴뚝이나 화석연료, 그리고 여기서 뿜어내는 연기 등을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철강산업은 친환경 산업이 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파이넥스(FINEX) 같은 기술개발 노력이 대표적이다.
아무튼 철강산업이 친환경산업이며, 21세기의 녹색경제 시대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산업이라고 한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세계철강협회에서도 일반인이 철강업에 대해 갖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철강산업이 가진 진면목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철강재는 다른 소재에 비하여 재활용률이 높고, 태양광·풍력·조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한 소재로도 사용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또한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97% 정도를 재활용하고 있고, 강재생산 톤당 에너지 사용량도 지속 감소하고 있어 환경오염은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녹색경제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핵심 소재라는 것이다.
또 철은 소재와 기능 측면에서 다양성과 편의성을 갖춘 기초생활 소재다. 소재 측면에서는 음식료용 스틸캔 등 경공업 제품에서 조선산업 등 중공업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기능 측면에서는 음식료품의 신선도 유지에서부터 선박 등 표면부식 방지에 이르기까지 편의성을 제공해준다. 앞으로도 철은 재활용성과 같은 친환경적 유용성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사용 용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철이 가진 위생력은 의료용 수술장비나 일반 가정의 주방기기 등에도 널리 사용되며, 최근에는 해양 특수구조물 등에 이르기까지 사용 용도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철강업은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중시하는 혁신적이며 진보적인 산업이다. 일례로 193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건설에는 8만 300톤의 철강재가 필요했으나 경량화 기술개발에 따라 지금은 반 정도의 중량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동차용 고강도강은 기존 철강보다 약 35%까지 무게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철강산업은 안전·환경 등 산업 내부의 문제와 인류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철강산업이 굴뚝산업이요, 공해산업이라는 오해는 떨쳐버렸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철이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듯이 21세기 녹색경제 시대에도 철강산업의 역할과 비중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프로세스와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한 철강산업의 혁신 노력은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해②
철은 두꺼울수록 강도가 세고 안전하다?
두 번째 오해는 철이 두꺼울수록 강도가 세고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강판의 두께와 강도는 상관관계가 없다. 강도는 강판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이기 때문에 두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강도가 동일하다면 두꺼운 강판이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중량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가능한 한 무게를 줄여야 하는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는 강판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두꺼운 강판을 사용할 수 없다.
두꺼운 강판을 사용하면 더 안전할까?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차량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동거리가 늘어나 승객의 부상 가능성이 더 커지는 원인이 된다.
무조건 차체가 단단하다고 해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전한 차량은 승객실 부분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기타 부분이 효율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충돌안전성과 연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판의 중량을 줄이면서 구조적인 강도 대응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개발한 것이 고장력강판이다. 고장력강판은 높은 장력(강도)을 갖는 강판을 말하는데, 일반강판과 두께는 같지만, 최소 1.5배에서 5배 이상의 강도를 갖고 있다. 그래서 고장력강판은 만들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급 강판을 다량 사용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연비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반 강판보다 월등한 장력으로 충돌 안전성도 높여준다.
왜 철강재를 만드는 것이 단순하지 않고, 혁신적인 프로세스 기술이나 제품기술을 필요로 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자동차용 고장력강판이 아닐까 싶다.
오해③
철강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다?
철강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낮을까 높을까? 최근 철강재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철강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부가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IT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전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타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어떤 기준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후방 연관산업에 대한 기여도나 고용창출, 수출증대 효과 등의 측면에서 본다면 부가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철강산업의 고용인력은 약 800만 명이며, 자동차·건설·기계 등 연관산업 고용효과는 5000만 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철강생산과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즉 철강생산이 크게 증가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인도·브라질·한국·터키 등 최근 40년간 급성장한 신흥국들은 모두 철강생산 톱 10위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철강산업은 그 자체로도 주력 수출산업인 동시에 다른 수출산업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철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철강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자본집약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철강산업 업체들이 보유한 전체 자산 가운데 설비자산의 비중은 30%를 상회한다. 제조업 평균이 20%대 초반, 서비스업이 15%를 넘는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 대부분이 강대국이라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같은 산업적 특성에 따라 철강제품은 대표적인 비교역재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설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으며, 국산제품이 수입제품을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지 않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1년 명목가격 기준 철강산업의 부가가치는 37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서 3.4%를 차지한다. 또한 전체 제조업의 3.2%, 87만 1000명이 철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철강산업이 기여하는 바가 더욱 크다. 2012년 수출액은 369억 7000만 달러로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였다.
오해④
철은 곧 전쟁이다?
근세 이후의 역사는 철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철이 곧 국가요 정치였다. 철을 많이 생산한 나라가 강대국이었으며, 철광석 광산과 석탄 산지를 갖기 위해 공업국가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래서 철은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7세기 러시아와 스웨덴,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도 철이 원인이었다. 19세기 독일도 철강업자를 등에 업고 군사대국의 길을 걸었는데, 그 종착역은 세계대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철강산업의 중심은 미국으로 옮아갔다. 미국의 철강생산량은 전쟁 후 4배나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철강업자가 전쟁이 끝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는데, 그가 바로 후버 대통령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중 광산업에 종사하면서 야금에 관한 저술을 번역했고,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그는 후에 상무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미국 역사상 불명예 대통령으로 오점을 남겼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은 소련과 그 동맹국이 ‘철의 장막’을 치는 냉전의 시작이었다. 100년 이상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던 유럽 국가들은 전쟁의 상징인 철강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결성했다. 전후 철강의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전쟁무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외교관인 장 모네가 제안한 이 협약은 오늘날 ‘유럽공동체’와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의 모태가 되었다. 패전국 일본에서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철강회사를 전쟁의 주범으로 여겨 일본 최고의 철강회사인 ‘일본제철’을 후지와 야와타의 2개 회사로 분할했다. 철강회사를 눌러서 군사 대국화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어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 항공기의 소재인 알루미늄이 과거 대포의 원료인 철강재를 서서히 대체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유에스스틸은 전쟁 직후 세계 최대 철강회사였지만, 1970년에는 14위로 떨어졌다. 철강산업이 더 이상 전쟁을 위한 산업이 아니며, 대형 벌크선이 개발되면서 양질의 석탄 및 철광산 산지가 없는 나라에서도 철강산업이 발전할 토대가 형성되었고, 강대국도 더 이상 철강산업에 매달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발전 역시 이러한 세계 정치 흐름의 끝자락에서 이뤄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세기 들어 철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 속에서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필수도구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오해⑤
철강산업은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니다?
세계 철강산업이 성장을 멈춘 적이 있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직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약 30년간이었다. 이 기간 철강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0.3%에 불과했다. 이때만 해도 철강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철강소비가 7% 가까이 증가하였다. 새로운 성장산업이 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철강산업의 성장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세계 철강산업이 가격 약세와 수익성 하락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철강 공급과잉으로 철강재 가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철강산업의 성장이 멈춘 것은 결코 아니다. 철강산업의 수요만 놓고 보면, 세계 전체적으로 매년 3% 내외 증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에 버금가는 성장이다. 철강재 소비 탄성치로는 거의 1에 가깝다. 현재로선 철강재 소비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의 하나인 대체재의 성장도 아직은 크게 위협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주요 신흥국에서의 도시화도 계속 진전되고 있다. 특히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중산층 인구가 약 40억 명에 이르고, 아시아에서만 3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재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대체로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20대를 넘어서는 순간 자동차의 대중소비 단계에 접어들고 자동차 소비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후가 대중소비 단계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특히 중국 자동차시장은 2013년에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처음으로 연간 2000만 대를 초과했다. 시장규모로만 본다면, 이미 중국이 미국을 훨씬 앞서고 있고, 향후에도 빠른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직도 지구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풍부한 철광석과 원료탄 매장량을 감안한다면, 이처럼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재도 많지 않다. 더욱이 파이넥스와 같은 환경친화적인 프로세스와 친환경 철강제품이 끊임없이 개발된다면, 철강산업은 21세기 녹색경제 시대에도 상당기간 성장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현성 수석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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