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이 말은 바로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 제조업의 첨단화를 강조할 때마다 지난 연말까지 하던 말이다. 중국은 일 년에 380억 개의 볼펜을 생산하여 전 세계 공급량의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지만 볼펜의 핵심 기술인 볼펜 심은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일본, 독일에서 수입하여 조달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의 볼펜 이야기는 올해 1월부터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볼펜 심 국산화를 중점 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하고 2014년까지 6000만 위안(약 1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볼펜 심 개발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지난 해 9월 타이위안(太原) 강철이 2.3㎜의 일정한 두께로 사출되는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 강선 합금 개발에 성공하였고 올 들어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貝發) 그룹이 이 스테인리스 강선을 가지고 100% 중국제 볼펜 심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볼펜이 나오기 전까지 서양의 주된 필기도구는 펜과 만년필이었으나 필기할 수 있는 물질의 종류나 제품의 대량 생산에는 제약이 많았다. 볼펜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오래된 것이었으며, 볼펜에 대한 첫 특허는 19세기 후반부터 나오기도 하였으나 당시 제품은 볼펜 심이 너무 거칠어서 종이 위에 세밀하게 글을 쓰기에는 적당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새로운 필기구 개발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20세기 초∙중반까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볼펜의 출현은 헝가리의 라슬로 비로(László Bíró)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볼펜, 중국어로는 原子筆, 영어로는 ball-point pen 또는 ball pen이라고 불리는데 영국과 호주 등에서는 발명가 이름인 biro를 사용하여 제품을 부르기도 한다.
신문 편집자였던 라슬로 비로는 글을 많이 쓰면서 만년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잉크를 채우고 지저분해진 종이를 치우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만년필의 날카로운 펜 끝 때문에 종이가 쉽게 찢어지는 점 등이 불만이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볼펜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신문 인쇄 잉크가 빨리 말라서 종이가 젖거나 얼룩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문 인쇄 잉크를 사용하여 볼펜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 볼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잉크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아서 사용 시에는 볼펜을 거의 수직으로 잡고 써야만 된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잉크 관에 압력을 가해 삼투압을 이용해 잉크가 흐르게 하도록 하여 해결하였다.
비로는 화학자인 동생 조오지의 도움으로 현재 형태의 볼펜을 개발하고 1938년 6월 15일 영국 정부에 특허를 신청하였으나 상업적인 생산은 1940년 비로 형제가 나치 독일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Birome’ 이라는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1945년부터 생산,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에서 처음 팔린 볼펜의 가격은 한 자루에 $12.5달러로 당시 물가를 반영하면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었다.
볼펜은 그 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볼펜이 생산되었으며 보다 저렴한 볼펜 심은 BIC, 후버, 제록스 같은 회사에 의해 대량 생산되어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부터 ㈜모나미가 제품을 생산, 판매하였는데 볼펜 심 국산화는 크롬강으로 1975년에 이루어졌다.
이종민 수석연구원
출처: 스틸앤메탈뉴스 (2017.04.03) <생활 속 철이야기>
http://www.sn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