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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경영
    • 경영일반

    [테드 플러스] 왜 그들은 목숨을 던졌을까

    • 날짜2017.01.11
    • 글쓴이박용삼

    이타심은 본능이거나 의지의 문제 …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 도래하기를

    늦은 밤 고속도로. 19세 젊은 여성이 어둠이 내린 도로 위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차 앞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는 급히 핸들을 돌렸지만 개를 치고 말았고, 그 충격으로 차는 그대로 몇 바퀴를 회전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역방향으로 멈춰 선 차는 시동마저 꺼졌다. 그녀는 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때 건너편에서 운전 중이던 한 남자가 급히 차를 세우고 고속도로 네 개 차선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달려왔다.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고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다음에 그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표표히 자리를 떴다.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는 미처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밤 자신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남자의 모습은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생면부지인 자신을 구해 준 남자의 심리가 못내 궁금했고, 결국 그것을 규명하는 인생을 살게 됐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신경과학과 교수 아비게일 마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연구 주제는 어떤 대가도 없이, 때로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남을 돕는 행동, 즉 이타심(altruism)의 근원에 대한 탐구다.

    이타심의 근원을 찾아서

    인간은 본래 선(善)할까, 악(惡)할까. 질문은 단순한데, 대답은 분분하다. 선악에 대한 판단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약간 쉬운 문제로 빗겨나 보자. 인간은 본래 이기(利己)적일까, 이타(利他)적일까. 이건 쉽다. 단언컨대 이기적이다. 필자도 그렇고,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사람도 가끔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대개 후일의 더 큰 이득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고 하겠다. 철학이나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 사람을 다루는 모든 학문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럼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쉬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찾았다. 첫째는 뇌 구조의 차이, 둘째는 심리적인 차이다. 이타심과는 영 거리가 먼 집단으로 사이코패스를 들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발달장애가 있어 차갑고 냉정하며, 종종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 특히 타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고통의 표정을 인지하는데 장애가 있어 연민이나 동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가히 이기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뇌에서 두려움이나 고통과 관련된 자극을 처리하는 부분이 편도체다. 대뇌 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를 말하는데, 사이코패스의 편도체는 일반인보다 20% 가량 작고 그 반응성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반면 이타주의자들은 정 반대다. 장기 기증자들의 뇌를 MRI로 측정해 보면, 이들의 편도체는 일반인들보다 8% 정도 더 크고 반응 정도도 훨씬 활발하다. 한마디로 이타주의자들은 원래 그렇게 이타적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편도체가 작더라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후천적으로 이타주의를 셀프 연마할 수 있다. 마쉬 교수가 장기기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이타적인 행동을 별로 특별하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동정의 대상을 친구나 가족을 넘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한다. 마쉬 교수는 이런 놀라운 탈(脫)자기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인격이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제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더 이타적으로 발전해 왔다. 역사를 놓고 볼 때 전 세계적으로 동물 학대나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또는 사형 같은 각종 잔인함과 폭력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흔히 있는 혈액이나 골수 기증은 백 년 전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행동이 아닌가. 이미 우리 주변에는 작은 봉사에서부터 자선, 기부, 장기 기증까지 여러 형태의 이타적 행위들이 미덕으로 자리를 잡았다. 편도체의 크기야 어쩌지 못한다 해도 교육이나 여론,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타심을 키우고, 그 범위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손과 이타적인 손의 협주

    인간은 양면적이다. 이기심 못지 않게 이타적 본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문제는 배합 비율이다.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위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일이 곧 사랑의 실천이라고 역설했다. 공자는 군자가 행하는 최상의 인(仁)은 자기 생명을 희생해 남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 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더 이상 은밀한 다짐이 아니라 당당한 주장이 되어가는 지금, 성인들의 가르침이 자꾸 멀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 일부 국회의원들은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취지야 물론 좋지만, 과연 법이 어디까지 도덕의 영역에 들어와야 하는지 뒷맛이 영 씁쓸하다. 벌금만 내면 양심의 가책까지 씻어주는 역효과가 나지는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도 미리 해 보게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 주변에, 특히 평범한 이웃들 속에 여전히 이타심의 불꽃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씨, 세월호 참사 당일 학생들을 끝까지 대피시키고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 박지영 씨,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밧줄 하나로 시민 10명을 구한 이승선 씨(그는 대기업이 지원한 상금 1000만 원을 소방서에 기부하기까지 했다), 출근길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다가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은 정연승 상사, 원룸 건물 화재 현장에서 입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질식해 숨진 안치범 씨. 이들 의인(義人)들의 용기와 희생이 때론 질책이 되고, 때론 위안이 되어 우리 사회에 온기를 유지해 준다.

    ‘21세기 르네상스 맨’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실업이나 빈부격차 같은 문제들은 인간의 단기적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앞으로 정보화 사회가 성숙하면 세상은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일갈한다. 혼자서만 행복한 것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탈리의 전망이 노쇠한 석학의 체념 섞인 위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이타적으로 인도하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으면 한다.

    인간은 손이 두 개다. 이기주의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한’ 손(invisible ‘one’ hand)이라면, 보이지 않는 ‘다른’ 손(invisible ‘the other’ hand)은 이타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두 손의 협주 속에서 세상은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더 살만한 곳이 된다. 그게 진보다.
    이코노미스트 ('17.1.9.)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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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경제
    • 글로벌 경제

    [차이나 프리즘] 거대 중국과 경쟁하고 협력하기

    • 날짜2016.12.30
    • 글쓴이김창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이 크다. 중국비자 발급 심사 강화,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 제한, 중국 내 한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 범위가 넓다. 갑자기 거대한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압력이 한 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중국이 크다는 것은 다 안다. 통계로 보자. 중국의 국토 면적은 960만㎢로 한국의 96배다. 인구는 13억7462만명(2015년)으로 세계 1위, 한국의 26배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2016년 국내총생산(GDP)은 11조3900억달러로 세계 2위, 한국의 8배다. 미국 GDP의 61%에 이른다. 2007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25%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소비와 서비스 주도의 경제로 전환하면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한다. 중국의 거대한 힘은 밖으로도 쏟아진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온 중국인은 5903만명에 이르고, 2016년 1~10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는 총 14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3% 늘었다. 

    이런 거대한 중국이 지금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한다. 사드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세계 시장 침투, 기술 개발과 혁신, 그리고 글로벌 인재 확보 측면에서 한국은 거대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살아남는다. 어떻게 할까. 

    우선 세계 시장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은 제품 품질과 가격 및 차별화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직까지 품질에서는 한국이 앞섰다. 가격 측면에서는 열위다. 가격 대비 품질을 더욱 제고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마냥 저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 인건비와 제조비용이 지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품질 제고 및 브랜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품질에서 중국이 쫓아오면 차별화로 승부를 내야 한다. 남보다 앞서는 생각,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문화, 그리고 이를 설계하고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국과의 본격적인 기술 경쟁에 대비해 우리는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보는 지혜를 축적해야 한다. 아무리 선진적인 기술이라고 해도 상용화가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동시에 보고 개척하는 선구자들이 필요하다.

    국내에 국한되지 말고 글로벌 차원에서 이런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천인계획', '만인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우리는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고급인력을 영입해야 한다. 임금 수준, 업무 인프라, 주거 환경 및 자녀 교육, 보험과 복리 등에서 최고의 수준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고 거대 중국과의 경쟁에만 치중하면 위험하다. 협력도 모색해야 공생할 수 있다. 협력 가능한 분야도 많다. 우선 문화 발전과 교류 측면이다. 한국과 중국은 교류하고 협력했던 역사가 유구한 인접 국가다. 지금의 한류 열풍에 중국의 요소를 잘 추가하고 또 중국의 역사 문화에 우리의 강점을 얹어 세계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한다면 중국 정부의 거부감을 덜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환경보호 측면이다. 중국은 지금 스모그 발생 등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웃인 한국도 이러한 환경문제의 영향을 받는다. 환경보호에서 한국과 중국은 공통분모가 많다. 

    북한의 핵 문제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동맹을 아무리 강화해도, 그리고 중국과 아주 가까워져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장기 과제다. 지금처럼 한국과 중국이 갈등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12.30)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122916335398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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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
    • 전략/재무

    [테드플러스] 왜 한국의 기업은 100년을 못 가나

    • 날짜2016.12.26
    • 글쓴이박용삼

    생물 면역시스템에서 배우는 장수기업 비결 …단기 수익보다 장기 안정성 고민해야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는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기업이다. 백제에서 건너온 장인이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 등을 만들면서 시작되어 무려 40여 대를 이어져 왔다. 서기 578년에 설립돼 2006년에 망했으니 무려 1428년을 살았다. 망한 이유가 허망하다. 섣불리 부동산 사업에 나섰다가 대출금을 못 갚아서 다른 회사에 인수되고 말았단다. 백제의 자취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일본에는 이 외에도 오래된 기업들이 많다.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7개, 200년 이상이 3000개, 100년 넘은 기업이 1만 5000개(개인 자영업을 포함하면 5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신중함과 대대로 이어진 장인정신 때문인 듯하다. 독일이나 네델란드 같은 유럽에도 몇백 년 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이해 비해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위 두산(설립년도 1896)에 이어 동화약품(1897), 몽고식품(1905), 광장(1911), 보진재(1912), 성창기업(1916)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조선 말기의 쇄국정책, 일제 강점, 한국전쟁 등이 원인이겠지만 케케묵은 사농공상 문화 탓도 크지 싶다.

    생물 면역시스템의 6가지 특징

    기업의 경쟁력이 국부를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이 버는 돈은 직원의 월급이 되고, 그게 시장에 풀려 경제(소비지출)와 국가(조세)가 움직인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태극 마크를 단 우리 기업들이 100년, 200년 잘 버텨줘야 하는 이유다. 허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시니어 파트너인 마틴 리브스의 말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그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면역 시스템에서 터득한 100년 장수기업의 비법을 얘기한다.

    생물의 면역 시스템은 6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림프구와 백혈구 같은 면역 세포를 미리 수백만 개씩 만들어 놓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다(잉여, redundancy). 둘째, 백혈구뿐 아니라 B세포, T세포, 자연살해세포, 항체 등 다양한 세포들을 구비해 놓고 상황에 맞게 조합해서 대처한다(다양성, diversity). 셋째, 표면 방어막인 피부, 빠르게 반응하는 선천 면역계, 특정 목표에 특화된 적응면역계 등 모듈로 설계돼 있어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분이 대신한다(모듈화, modularity). 넷째, 사전에 겪어보지 못한 낯선 위협에 대해서도 적절히 맞춤 항체를 만들어 낸다(적응성, adaptation). 다섯째, 아무리 작은 위협도 미리 감지해 내고 한번 겪은 위협들은 나중을 위해 꼼꼼히 기록한다(신중, prudence). 마지막으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 신체라는 더 큰 시스템에 내장되어 신체의 다른 부분들과 조화를 이루며 기능한다(착근성, embe ddedness).

    보통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일종의 ‘기계적인’ 사고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목표를 정하고 문제를 분석한 다음 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자는 식이다. 물론 좋다. 특히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단순한 문제를 다룰 때는 이런 사고방식이 아주 유용하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유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게 바뀌었다. 미국 상장 기업들의 기대 수명은 30년에 못 미치고, 멀쩡했던 회사가 5년 후에 사라질 확률도 32%나 된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단기적 효율성 너머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면역체계가 가르쳐주는 6가지 원칙에 근거한 ‘생물학적’ 사고방식이다.

    얼핏, 생물의 면역 시스템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계획성이 약하고 낭비적이며 과잉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목표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보다 길들인 새를 풀어 날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공은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로 날아가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는 비록 시간이 더디더라도 주변 상황에 맞춰 날아가는 새가 더 효과적이다. 로마 제국이나 가톨릭 교회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사고하라

    2012년 1월, 화학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파산했다. 이상한 것은 같은 시기, 같은 제품에, 똑같이 디지털 기술의 압박을 받았던 후지필름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후지는 화학, 재료공학, 광학 분야의 기존 지식을 가지고 화장품부터 의약품, 의료 시스템, 바이오 물질까지 여러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중 몇몇 분야에서는 실패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존과 성공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놓은 것이다. 신중함, 다양성, 적응성의 원칙이 후지를 살렸다.

    1997년 2월, 거의 모든 도요타 차량에 장착되던 P밸브(브레이크용 부품)를 생산하던 아이신 세이키 공장이 화재로 전소했다. 도요타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시장의 우려(그리고 경쟁사들의 표정관리) 속에서 도요타가 단 5일 만에 생산을 재개했다는 점이다. 부품 공급망 내의 업체들과의 협조로 최단 시간 내 설계 도면을 공유하고 대체 생산 라인을 확보해 낸 것이다. 모듈화된 공급망, 통합된 체계로의 착근성, 공급부족을 메운 잉여 능력이 도요타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1849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에실로는 안경렌즈 업계의 선두 주자이다. 오랜 세월 여러 파괴적 신기술의 도래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이득을 내며 성장하는 점이 놀랍다. 에실로는 경쟁 환경을 면밀히 조사해 혁신적인 신기술 후보들을 추려낸다. 그리고 경쟁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자체 개발을 감행한다. 개발이 실패하거나 신기술이 제 살을 깎아먹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신중함과 적응성의 원리가 에실로의 160여 년 역사를 설명해 준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자연스럽게 생물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환경을 자기 마음대로 바꿀 만한 자원과 힘이 없고, 변화 충격을 완화해 줄 만큼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하지만, 중간 성장 과정 어딘가에서 생물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면서 점차 관료화되어 가는 것이다.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단기적 효율 못지 않게 장기적 안정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지배구조, 리더십,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국회 청문회장에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총수들이 한꺼번에 증인으로 호출된 적이 있다. 현장에 일렬로 앉아계신 총수들도, TV 생중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마음이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어긋날 착(錯) 섞일 잡(雜), 착잡(錯雜)이다. 사전에 보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는 뜻이라고 나온다.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는 국회나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또 다른 궁금증이 든다. 과연 TV에 비취진 9개 기업 중 100년을 채울 기업이 몇 개나 될까.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미국 통계를 참고해 보면 반타작도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도 정경유착의 짐(혹은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확률은 더 우울한 쪽으로 기울고 만다. 해당 기업과 협력업체의 임직원들, 그 가족들, 인근 지역상인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머리가 아득해진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우리 기업들의 만수무강을 간절히 기원한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6.12.26)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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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프리즘]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무섭다

    • 날짜2016.12.02
    • 글쓴이김창도

    중국의 공급과잉 공습이 무서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경제성장률이 급락하자 중국 중앙정부는 4조위안(약 660조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왔고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했다. 이후 몇 년간 경제성장 목표는 달성했으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후유증은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철강·시멘트ㆍ전해 알루미늄 등 중국의 공급과잉 산업의 설비가동률은 80%미만으로 떨어졌고 이러한 현상은 풍력발전 등 신흥전략산업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자국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중국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인접해 있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2014년 한국에 들어온 중국 철강재는 전년대비 35% 급증한 1341만t에 이르렀다. 올해 1~10월은 8.2% 증가한 1246만t을 기록했다. 중국의 철강재는 이제 한국의 고급재 시장까지 치고 들어온다.

    중국의 공급과잉이 한국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던 동남아도 이미 중국에 잠식당했다. 2014년 아세안 주요 4개국(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2010년 대비 4.7%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중국은 과거 해상·육상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할 '일대일로' 비전을 제시했는데 동남아를 전략적 지역으로 보고 과잉설비를 이전할 목적도 갖고 있다. 

    지금은 중국기업의 대외확장이 더 무섭다. 중국기업의 기술과 경쟁력은 우리의 턱 밑가지 쫓아왔다. 우주항공과 고속철 분야는 우리보다 앞섰고 이제 반도체·전자 등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 동안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잘 나가던 우리 기업들이 지금은 현지 기업에 밀려 고전한다.  

    심각한 것은 경쟁력을 쌓은 중국기업들이 해외로 적극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올해 1~10월 금융부문을 제외하고 중국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1460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53% 급증)로 같은 기간 유치한 FDI(1039억달러) 보다 많다. 중국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까지 마구 사들이고 있다. 이에 이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국기업의 공격적 인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일대일로 주변국에 대한 진출도 가속화한다.

    앞으로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의 대응이 더욱 무섭다. 지난달 8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불법보조금 제재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중국도 미국제품 수입 제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반발할 것으로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중국에서 목적한 바를 얻지 못하면 결국은 북한의 핵 등을 갖고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이고 중국은 우리의 대 중국 경제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카드로 활용해 대응할 것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전체의 24.9%를 차지해 최대다(대미 수출 비중 13.5%, 2위). 이제 우리는 미중 갈등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든다.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로 미국과 중국 및 한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뀌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더 불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는 점이 제일 무섭다. 특히 이를 헤처나갈 국가의 리더십과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렵다. 지금 한국의 정치와 경제 및 기업은 온갖 게이트에 휩싸여 휘청대고 있다. 깨어있는 사람들이라도 빨리 힘을 모아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11.4)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11031318113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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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물체가 기억하는 소리

    • 날짜2016.11.30
    • 글쓴이박용삼

    지난 수 세기 동안 현미경은 우리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했던 사물·생명체·구조물의 미시적 세계를 우리 앞에 보여주었던 것이다. 21세기 과학기술 문명의 상당 부분은 현미경 덕분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90년에 배율 10배인 현미경이 처음 등장한 이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현미경이 이제 또 한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특기할 점은 지금까지의 발전 경로와 원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미국 MIT에서 컴퓨터·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마이클 루빈스타인(Michael Rubinstein)은 마이크로소프트, 퀀타 리서치와 공동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진화된 현미경을 보여준다. 이 현미경은 일반 현미경처럼 광학렌즈를 쓰는 대신 비디오 카메라와 영상처리 기술을 이용한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기존 현미경과 같다. 하지만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하고, 들을 수 없던 것을 듣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기존 현미경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일명 ‘모션 현미경’(motion microscope)이다.

    디지털 기술이 만든 마법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후 조사실 창문에 종이가 붙여져 있다. 조사실 내에 있는 물체를 멀리서 동영상으로 찍었다면 ‘시작 마이크’로 거기서 오간 대화를 복원할 수 있다.







    사람의 피부는 혈액의 흐름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색깔이 바뀐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거의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을 동영상으로 찍고, 얼굴에 나타나는 미세한 색의 변화를 전용 프로그램으로 탐지해 낸 후, 이 차이를 100배 정도 증폭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심장 박동에 따라 얼굴 색깔이 흰색-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연히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영상의 모든 픽셀에 기록되어 있는 색상 측정값을 여타 노이즈 신호와 구분해서 정확히 골라내는 것이다. 고도의 영상처리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 다음은 색상 신호를 증폭하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단지 색상 변화 양상뿐 아니라 변화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TED 강연에서 시연된 화면을 보면 맥박이나 심장박동 속도를 측정하고, 얼굴에 혈액이 흐르는 양상까지 확인 가능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웬만한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영상만 있으면 된다.

    모션 현미경의 응용 분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 심박수를 비롯해 심장 운동 패턴, 근육 움직임, 장운동, 혈액 순환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X-ray, 초음파, CT, MRI 등 다양한 진단장비에 모션 현미경 기술을 적용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범죄 수사에서 피의자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도 유용하다. 얼굴 표정, 눈동자, 몸짓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서 분석하면 호흡, 혈압, 맥박, 땀 등 생리적 정보에 기초한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를 크게 보완할 수 있다. 또 엔진의 진동처럼 기계의 미세한 움직임도 확대, 분석해서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물과 구조물이 바람이나 지진에 흔들리는 정도를 측정해서 구조 설계나 유지 보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급기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도 포착할 수 있다.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대화를 나눌 때 음파는 주변 사물과 부딪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노래하는 사람 옆에 놓인 와인 잔의 움직임을 250배로 확대해 보면 잔이 소리에 맞춰 진동하고 공명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역으로 적용해서 주변 물체의 진동을 촬영한 후 증폭, 분석해 내면 원래의 대화를 재생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일상의 모든 물건이 일종의 마이크가 된다.

    MIT 연구팀은 탁자 위에 빈 과자봉지 하나를 놓고, 그 옆에서 노래를 틀었다(연구팀이 선택한 노래는 1877년에 토마스 에디슨이 자신의 축음기에 처음으로 녹음했던 ‘Mary Had a Little Lamb’이다). 노래를 튼 후 과자 봉지를 15피트(약 4.5m) 떨어진 비디오 카메라로 (소리를 제외한 영상만) 고속 촬영했다. 영상에는 음파로 인한 과자봉지의 미세한 떨림이 기록되었고, 이것을 분석해서 원래 노래를 거의 근접하게 복구해 낼 수 있었다. 과자봉지를 겨우 1 마이크로미터(1mm의 1000분의 1) 정도만 움직이려고 해도 엄청나게 큰 소리가 필요하다고 하니, 보통 볼륨의 노래라면 비디오 분석이 얼마나 정교해야 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비디오 신호로부터 오디오 신호를 추출해내는 장치에 ‘시각 마이크(visual microphone)’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자봉지 외에 다른 물체, 예를 들면 화분에 심은 식물로부터도 소리를 복원할 수 있고, 당연히 노래뿐 아니라 말소리도 복원 가능하다. 말하는 사람들 옆에 조금이라도 진동하는 물체가 있고, 그 물체가 CCTV에 녹화가 되어 있다면, 사실상 그들의 대화는 해당 물체(정확히는 물체가 찍힌 영상)에 녹음이 되는 것이다. 그 CCTV 영상을 거꾸로 해독하기만 하면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를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전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맞은편 수사관들은 기립자세로 손을 모은 채 서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은 국내 모 일간지의 객원 사진기자가 서울지검 사옥에서 직선 거리로 350m 떨어진 한 건물 옥상에서 600mm 망원렌즈에 2배율 텔레컨버터를 끼우고 찍은 것이라고 한다.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인 검찰은 해당 사진은 조사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장면이라고 해명했으나, 피고발인 신분인 (검찰 출신) 전임 수석의 여유로운 모습에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특종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가 객원 꼬리표를 떼고 즉시 정기자로 발탁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시각 마이크’의 시대,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사실 사진 한 장만 가지고 팩트를 확인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정말 어쩌다 우연히 그런 이상한 장면이 찍힌 건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에 사람의 감정, 표정, 동작은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위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진이 찍힌 그 순간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무시한 검찰 조사실을 무단으로 도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법은 딱 한가지, ‘시각 마이크’이다. 조사실 내에 있는 물체를 멀리서 동영상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 영상 속의 컵, 화분, 휴지통, 과자 봉지는 그들의 대화를 고이 기억했다가 언젠가 우리에게 다시 들려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제 눈으로도 듣는 시대가 왔다.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 입 단속에 더욱 신경쓰셔야 한다. 이너서클의 심오한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싶으시다면 말이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6.12.05)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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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당근과 채찍이 능사 아니다

    • 날짜2016.11.15
    • 글쓴이박용삼

    당근과 채찍(Carrot&Stick). 고집 센 당나귀를 움직이게 하려고 눈앞에는 당근을 매달고 뒤로는 채찍을 휘둘렀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당연히 당근은 보상을, 채찍은 처벌을 말한다. 1942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스피(Leo Crespi)는 일의 능률을 올리려면 당근과 채찍의 강도가 세져야 함을 실험으로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크레스피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학교든 회사든, 공공이든 민간이든 우리는 지금 당근과 채찍으로 짜인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당근과 채찍은 항상 효과적일까? 앨 고어의 스피치 라이터였고 지금은 경력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댄 핑크(Dan Pink)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전통적인 동기부여 수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행동과학 분야에 ‘촛불 문제(candle problem)’라는 것이 있다. 피실험자에게 초 한 자루와 성냥, 그리고 압정이 담긴 상자를 준다. 그리고 초에 불을 붙이고 이 촛불을 벽에 붙여 보라고 한다. 단 촛농이 바닥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글을 더 읽기 전에 독자들도 한번 고민해 보시라). 언뜻 떠오르는 방법은 압정으로 초를 벽에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초가 두꺼워 압정으로 고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성냥으로 초의 옆을 녹여 벽에 붙여 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간신히 붙인다 해도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결국 5분에서 10분 정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나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법을 찾아낸다(독자들도 방법을 찾으셨기를 바란다).

    압정이 담겨 있던 상자를 비우고 그 위에 촛불을 세운 후, 압정으로 상자를 벽에 고정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 상자를 보면 그저 압정을 담아 두기 위한 용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처럼 촛불을 세워 놓는 다른 기능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기능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촛불 문제는 원래 1945년도에 심리학자 칼 더커(Karl Duncker)가 고안했던 것인데,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촛불 문제를 이용해서 동기부여 효과를 실험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냥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보상을 제시했다. 가장 빨리 문제를 푼 사람에게는 20달러, 상위 25% 이내로 빨리 푸는 사람들에게는 5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어느 그룹이 얼마나 빨리 문제를 풀었을까? 상식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을 약속 받은 두 번째 그룹이 눈에 불을 켜고 더 빨리 풀었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번째 그룹이 3.5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이 실험은 거의 40년 동안 재현돼왔는데 결과는 늘 마찬가지였다.

    보상이 시야 좁히고 창의성 발휘 막을 수도
     








    ▎촛불 문제(candle problem)(왼쪽)와 그 해법.







    실험 방식을 약간 바꿔 보았다. 다른 조건은 동일한데 이번에는 압정을 상자에 넣어놓지 않고 책상 위에 쏟아 놓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인센티브를 받은 그룹이 다른 그룹을 완전히 압도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보상은 본질적으로 집중력을 높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시야를 좁히게 된다. 따라서 압정들을 박스에 넣어놓지 않고 쏟아 놓은 두 번째 촛불 문제에서처럼 작업이 단순할수록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박스에 압정이 담겨 있으면 해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좀더 넒은 시각의 창의성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경우 보상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생각을 굳게 만들어서 창의성 발휘를 제한하는 것이다.

    동기유발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하는 비즈니스 운영체계, 즉 어떻게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인재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고는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이라는 외적 동기부여 요인에 편향돼 있다. 이것은 과거 20세기 때의 단순 작업에는 적합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좌뇌를 쓰는 작업들(일부 회계, 재무분석, 프로그래밍 등)은 이제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되고 있고, 조만간 인공지능에 의해 더 잠식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달리 빠르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21세기의 업무들에는 우뇌를 쓰는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개념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경우에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기계적인 방법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이다.

    영국 정경대(LSE)에서는 성과주의(pay-for-performance plans)를 도입한 51개 기업의 사례를 조사했는데, 결론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전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21세기 식의 개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높은 성과를 보이고자 한다면, 더 달콤한 당근으로 유혹하거나 더 가혹한 처벌로 위협하는 등의 잘못된 결정을 피해야 한다. 이제는 내적 동기부여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서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댄 핑크는 특히 주도성(autonomy), 전문성(mastery), 그리고 목적성(purpose)이 새로운 비즈니스 운영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도성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싶어하는 욕망, 전문성은 좀 더 잘 하고자 하는 욕망, 목적성은 뭔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을 말한다.

    호주의 촉망받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은 1년에 몇 번,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24시간 동안 정규 업무 이외의 무슨 일이든 찾아 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하루 동안 자신이 재미삼아 한 일을 팀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서로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시간을 할애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그 하루 동안 그런 활동이 없었으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 버그 수정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지금 아틀라시안은 이러한 자유(?) 시간을 전체 일과 시간의 20%로 끌어올렸다(구글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 해 신제품의 절반 정도가 이 20%의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이보다 더 급진적인 것도 있다. ‘결과만 내면 되는 작업 환경(ROWE, Results Only Work Environment)’이라는 것인데, 작업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꼭 회사에 있을 필요도 없고, 아예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맡은 일만 완수하면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 전적으로 작업자 마음이다. 미국 몇몇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이 ROWE 제도는 놀랍게도 생산성·몰입도·만족도를 높였고, 이직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카르타(Encarta)라는 이름의 전자 백과사전 제작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답게 돈도 많이 들였고, 작업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도 주었으며, 또 예산과 시간도 철저하게 관리했다. 하지만 지금 엔카르타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후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저 재미 삼아 여러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게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주도성·전문성·목적성 자극해야

    공자가 그랬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뭔 말이냐 하면 자기가 좋아서 즐기며 하는 사람을 아무도 못 당하다는 거다. 정녕 그러하다. 공자도 상상 못했을 지금과 같은 고도화된 시대에 ‘~를 하면 ~를 주겠다(If-then)’ 식의 보상체계는 진부하다 못해 원시적이다. 성과주의가 대세인 지금, 어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또 어떤 보상을 줄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당근에 환호하고 채찍에 몸을 떠는 그런 당나귀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6.11.07)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981

    키워드: 동기부여,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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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꿈의 나라 vs 공포의 나라

    • 날짜2016.11.07
    • 글쓴이박용삼

    흔히 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한다. 대개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 만은 아닌 듯싶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본토를 타깃으로 한 최악의 테러가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는 인종과 종교를 둘러싼 갈등이 수시로 표출되고 있다. 인도 태생의 작가이자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인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Anand Giridharadas)는 9·11 테러 며칠 후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얘기한다. 그 속에는 지치고 일그러진 미국의 맨 얼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같은 땅에 존재하는 두 개의 미국, 꿈의 공화국과 공포의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1. 피해자의 삶: 방글라데시에서 공군 장교였던 라이수딘 부이얀(Raisuddin Bhuiyan)은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평소에 관심 있던 정보통신 강좌도 듣고, 또 결혼식 비용까지 마련해야 해서 그는 텍사스 주 달라스의 작은 마트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열흘쯤 지난 어느 날 밤, 만(卍)자 문신을 새긴 백인 남자가 산탄총을 들고 마트에 뛰어들었다. 대처 방법을 알고 있던 라이수딘은 두말 않고 현찰을 계산대 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남자는 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너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구요(Excuse me)?”라고 되묻는 라이수딘의 목소리에는 이민자의 억양이 강하게 묻어 나왔다. 그 순간 남자의 총에서 발사된 수십 발의 산탄 총알이 그대로 라이수딘의 얼굴에 박혔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계산대 뒤로 쓰러진 라이수딘. 하지만 신의 가호가 있었던지 간신히 목숨은 건 질 수 있었다. 그 이후의 삶은 처절한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오른쪽 눈을 잃었고, 결혼을 약속했던 약혼녀도 그의 곁을 떠났다. 집주인이었던 마트 주인은 그를 거리로 내쫓았고, 병원은 입원 하루 만에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그를 쫓아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6만 달러의 병원비뿐. 방글라데시의 가족들은 그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했지만, 라이수딘은 그럴 수 없었다. 못다 이룬 꿈 때문이었다. 상처가 아물자마자 그는 새로이 텔레마케팅 일을 시작했고, 그 다음엔 더 수입이 좋은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억척같이 일한 덕분에 최고의 웨이터로 인정을 받고 차곡차곡 돈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한 IT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실력을 쌓았고, 마침내 달라스의 일류 기술 회사에 억대 연봉을 받고 채용될 수 있었다.

    #2. 가해자의 삶: 미국에서 태어난 마크 스트로맨(Mark Stroman)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도 다른 많은 미국 젊은이들처럼 나쁜 부모, 나쁜 학교, 나쁜 감옥을 거치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수염도 나기 전에 체포되어 처음에는 소년원에 갔고, 어른이 되어서는 감옥을 들락거렸다. 그는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자가 되어 갔고 화풀이 대상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9·11 테러가 터진 것이다. 그는 애꿎은 무슬림 세 명에게 복수의 총질을 해 댄 혐의로 붙잡혀 사형을 선고 받았다(총을 맞은 세 명 중 단 한 명, 라이수딘만 살아남았다).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면서 스트로맨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좌우해온 증오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었고, 목사와 기자, 유럽의 펜팔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게 되었다. 그는 몸에 문신을 새긴 것을, 또 죄 없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신(神)을 받아들였다.

    #3. 용서와 사과: 사건이 일어난 지 8년 후인 2009년 어느 날, 메카로 순례 여행을 떠난 라이수딘은 문득 오래 전 신께 한 맹세를 떠올렸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죽음을 예감하면서 그는 만일 자신에게 두 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인류를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알라신과 약속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그 약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느꼈다. 그가 택한 방식은 이슬람과 서방의 끝나지 않는 복수극을 중재하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편지를 써서 스트로맨의 사형 집행을 재고해 줄 것을 탄원했다. 2011년 7월, 라이수딘이 배심원들 앞에서 스트로맨의 구명을 눈물로 호소한 바로 그날, 두 남자는 생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라이수딘: “마크, 제가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저는 당신을 용서하고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한번도 미워한 적 없어요.”

    스트로맨: “당신은 대단한 분입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드립니다. 형제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스트로맨이 사형당한 후 라이수딘은 스트로맨의 맏딸을 찾아 “너는 비록 아버지를 잃었지만 삼촌을 얻었단다”라며 경제적 도움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은 산업화된 시대에 가장 성공한 국가이면서 가장 실패한 국가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에 종교와 인종의 갈등이 뒤엉켜 있다. 9·11 테러가 있던 2011년, 텍사스의 작은 마트에서 충돌한 것은 두 남자가 아니라 두 개의 미국이다. 여전히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전진하는 미국과 불안과 증오에 사로잡혀 편협한 인종주의로 물러앉은 미국 말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 명, 2016년 200만 명을 거쳐 향후 5년 내에 300만 명을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귀화한 외국인(통계상 내국인)은 제외한 수치인데도 그렇다. 지금까지 단군의 자손임을 너무 강조해서 그런지 우리는 다문화(multi-culture) 혹은 다양성(diversity)에 대해 준비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어느 순간 성큼 다가온 다문화 시대가 우리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순전히 우리 노력 여하에 달렸다.

    가장 먼저 이방인을 대하는 우리 자세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만에 하나 피부색이나 언어, 출신지에 따라 눈빛과 태도를 달리해 왔던 건 아닌지 말이다. 다양성에 대한 기초 준비가 필요하신 분들께 JTBC의 [비정상회담]을 권한다.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입담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배타적이었는지, 또 얼마나 착각 속에 빠져 살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비정상회담의 어록 몇 개 옮겨본다. ‘한국인들은 자신만의 색을 내기보다 서로 엮이려고만 한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양보와 배려에 인색하다’ ‘김영란법 같은 법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 흠, 역시 쓰다. 내친 김에 가벼운 걸로 세 개만 더. ‘한국에서 명절 좋아하는 사람 만나본 적 없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가르치려고 한다’ ‘시험 하나 때문에 인생이 바뀌는 건 말이 안 된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6.11.07)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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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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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프리즘] 고급인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중국

    • 날짜2016.11.04
    • 글쓴이김창도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중 사고로 홀로 남겨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한 대원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급조한 보급물자 공급용 로켓이 폭발하면서 구조가 불가능했는데 마침 중국이 비밀리에 준비한 로켓을 제공해 결국 구출에 성공한다. 중국의 우주기술은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지난달 17일 중국은 우주인 두 명을 태운 선저우 11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들은 우주에서 33일간 체류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선저우5호로 사람을 우주에 보냈고 2011년에는 우주정거장(톈궁1호)과 우주선(선저우8호)의 도킹 미션에도 성공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미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한 사람에서 시작했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라는 첸쉐썬(錢學森, 1911~2009)이다. 첸은 1935년 미국에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를,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로켓 전문가로 커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 정부의 국방과학기술자문위 로켓 부문장까지 맡았다. 그러나 1950년 첸은 공산주의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때 첸은 중국으로 돌아갈 마음을 굳혔다.  

    중국 공산당 정부도 첸의 가치를 알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한국전쟁 때 포로로 잡은 미군 전투기 조종사 10여명을 풀어주고 첸을 얻는다. 이런 일화가 있다. 당시 미 해군 참모차장이 "첸쉐썬은 5개 사단의 전투력과 같다. 미국을 떠나려 한다면 죽이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1955년 중국으로 돌아간 첸은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첸이 15년 내에 중국도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다고 하자 중국 정부는 첸에게 전권을 주고 로켓, 인공위성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요청하는 투자와 인력은 모두 지원했다. 첸은 약속을 지켰고 중국의 '1인계획'은 대성공을 거뒀다.  

    중국 정부의 고급인력 확보 노력은 우주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978년 중국정부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에서 인재를 핵심요인으로 보고 고급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수한 학생은 공청단과 공산당 조직부에서 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공산당원으로 흡수했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정부, 기업 및 단체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양성됐다.

    중국 정부는 1994년 '백인계획'을 통해 선발된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대폭 지원했다. 이들을 학술계의 리더로 육성하려는 목적이었다. 2008년에는 '고급해외인재유치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5~10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학자와 교수 1000명을 유치한다는 '천인계획'을 수립했다. 4년 만에 1500명이 넘는 고급인력을 유치했다.

    중국 정부는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임금과 수당·연구비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 실적에 따라 선물 옵션, 주식, 기업연금 등 혜택도 제공한다. 또한 세금 감면, 경비 보조 등 특별 자금을 지원한다. 이외 의료 및 사회보장 제공, 양육·교육 지원, 배우자 취업 알선, 그린카드 발급과 주택 무상 제공 등 복지 측면에서도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1년~2015년 중국이 영입한 외국인 전문가는 300만명에 이른다. 

    앞으로도 중국은 고급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과거 양적 성장에서 지금의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면서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고급 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한국의 전 업종의 최고 인재들은 모두 중국의 영입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고급인력이 유출될 수 있는 만큼 잘 대응해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11.4)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11031318113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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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영 트렌드] 인공지능은 경영자를 대체할 것인가

    • 날짜2016.10.25
    • 글쓴이김훈태

    [신경영 트렌드] 인공지능은 경영자를 대체할 것인가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이긴 직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경영자를 대체할 수는 없을까라는 주제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지금 당장 경영자를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보다 나은 인공지능 CEO가 출현할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머지않아 경영위원회의 위원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닌가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대부인 대니얼 카너먼은 지난 4월 미국 와튼스쿨이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해 “최고경영자도 언젠가는 멸종위기종 리스트에 올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인간 CEO와 기계 CEO를 두고 내기를 건다면 당연히 기계에 돈을 걸어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판단이 지적으로 설계된 인공지능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승리하는 이유는 인간과 달리 소음(Noise)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음은 신호와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요인으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미국 국방부는 2012년 미군 사망자들을 조사한 결과 자살한 군인수가 349명으로 교전 중 전사한 313명보다 많다고 밝혔다. 일반인으로 확대해 봐도 타살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절대다수가 “자살보다 타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답한다. 왜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일까. 
    뉴스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참상, 끔찍한 살인사건등 강력 범죄가 훨씬 많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들이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라는 직업도 소멸 대상
    인공지능은 확보한 데이터의 양만큼 정확한 의사결정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경험(데이터)한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결국 경험치(데이터)가 능력인데 궁극적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더 우월하며 어떻게 인공지능과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카너먼의 주장이다.
    만약 알파고가 더 발전해 CEO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 사업적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으로까지 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영 의사결정이나 의료 진단과 같은 복잡한 일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게 되면 인간의 판단 능력은 점차 취약해 질 것이다”라고 카너먼은 말했다. “인공지능만 있으면 CEO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조직 내 권력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계가 개발되도록 기존 인간 경영자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어느 미래에 인간 CEO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CEO가 가능하겠지만 인간 CEO는 그것을 수용하지 않거나 미리 차단할 것이라는 말이다.

    CEO의 변화 대응력은 대체 불가능
    포춘의 지난 8월 기사에 따르면 로이 헤셀이라는 미국의 한 CEO는 카너먼과는 다른 주장을 내놨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은 인간 CEO가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헤셀은 전 세계에 걸쳐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한 온·오프라인 광학회사를 운영한다.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는 외과의사 친구에게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직업이지만 머지않아 로봇으로 대체될 걸세. 이미 무인 트럭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가상 직원이 콜센터의 인간을 대체하고 있어서 수술실도 기계들의 차지가 될 걸세”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 친구는 “그럼 CEO라는 직업은 특별한가”라고 되물었다. “로봇이 CEO를 대체할 수 없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친구의 질문 때문에 그는 인공지능이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고 자문해 보았다. 고민한 결과 그는 CEO의 핵심 역할인 다음 세 가지를 인공지능인 기계가 수행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첫째, 기술적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이다. 영리한 CEO는 자신의 분야 및 인접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다... 
     
    (htkim77@posri.re.kr)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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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누구나 안식년이 필요해

    • 날짜2016.10.17
    • 글쓴이박용삼

    충분한 휴식이 창조적 성과 낳게 마련 … 세종 때 집현전 학사에게 특별 휴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때 유행했던 모 카드회사 광고 카피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 한 켠에서 자꾸 삐딱한 생각이 든다. ‘떠날 배짱이나 있냐?’ 라든지 혹은 ‘떠난 후 책임은 각자 알아서’라든지 같은. 속고만 살았나 보다. 예전 산업화 시대에는 자리를 비우면 죽음이었다. 몸이 부서질 때까지 일하는 것만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덕이었다. 허나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솟아나는 미증유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얘기를 하는데, 아마 내일 모래쯤에는 5차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무거운 엉덩이가 아니라 신묘한 두뇌다.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또 인공지능(AI)이 따라올 수 없는 참신하고 발칙한 아이디어만이 답이다. 헌데 어쩐다. 사무실에 웅크리고 앉아서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통과 씨름하면서 여기저기 회의(懷疑)적인 회의(會議)에 불려 다니다 보면 머리가 마비될 지경이 된다. 아이디어 따위는 그림의 떡이다. 이럴 땐 좀 쉬어 줘야 한다. 반차나 하루 휴가가 아니라 최소 몇 달은 쉬어야 한다. 야근으로 충혈된 눈에서는 절대 창조의 레이저가 나가지 못한다.

    야근에, 회의적인 회의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세계적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아티스트다. 타이포그라피? 쉽게 말해 활자를 이용해서 멋지게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 위에서 지금 세계 최고의 스타 디자이너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가 1999년에 미국그래픽디자인협회(AIGA)의 요청으로 만든 강연회 포스터는 지금까지도 가장 창의적이고 충격적인 포스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자신의 몸에 칼로 거칠게 글씨를 새겨놓은 이 포스터는 디자이너들이 창작을 하며 겪는 고통을 직접 몸에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2005년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음반 패키지상을 받았고, 2004년과 2012년에는 한국에서 사그마이스터전(展)을 열기도 했다. 사그마이스터 같은 디자이너들은 창의력을 먹고 산다. 그게 사라지는 순간 디자이너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그럼 사그마이스터가 오랜 기간 싱싱한 창의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테드 무대에 선 사그마이스터는 자신의 지속적 창의력의 비결을 화끈한(?) 휴식이라고 말한다. 디자인 작업을 계속 하면서 사스마이스터는 점점 자신의 일에 익숙해지고 지루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만드는 작품마다 대개가 거기서 거기다 싶게 비슷해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인생의 처음 25 년은 배우면서 보내고, 그 다음 40년은 일하면서 보낸다. 나머지 15년쯤은 은퇴의 시기다. 사그마이스터는 이 15년의 시간을 몇 개로 쪼개어 일하는 기간 사이사이에 넣으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1993년부터 운영해 오던 자신의 스튜디오를 7년에 한번씩 1년 간 닫기로 결정했다. 일종의 셀프 안식년(sabbati cal leave)이다.

    첫 번째 안식 휴가는 뉴욕에서 보냈는데, 너무 익숙한 곳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부터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택한 곳은 자연이 아름답고 목공예 등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발리였다. 발리의 자연 속에서 명상을 즐기면서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것을 가지고 직접 가구나 소품을 만들기도 했고, 보다 창조적인 타이포그라피 디자인도 구상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디자인과 정말로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밥벌이로서의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디자인 말이다.

    이러한 휴식은 그에게 재정적 성공도 가져다 주었다. 안식 휴가를 가진 후에 그가 선보인 창조적 디자인들은 모두 단 1년의 휴식 중에 생각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포르투갈의 뮤직센터, 카사 데 뮤지카(Casa da Musica)의 로고 디자인 의뢰를 받았을 때, 그는 그 빌딩 자체의 형상을 로고로 활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것도 고정된 형태의 로고가 아니라 공연의 주제(베토벤이든 쇼팽이든)에 따라 주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나도록 로고의 색깔을 다르게 표현했다. 카사 데 뮤지카에서 공연하는 연주자를 알리는 포스터에도 그 공연의 특징이 반영된 로고가 쓰인다. 일하는 직원들의 명함도 이 로고를 활용해서 개인적인 특징을 살려 만들어진다.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만…

    그는 타이포그라피를 이용해서 광고 이외에 다른 것도 만들기 시작했다. 뉴욕에 있는 한 갤러리의 오프닝데이에서는 바나나로 벽면을 장식했다. 익은 정도에 따라 초록빛을 띤 것과 노랗게 익은 것의 차이를 이용해서 ‘자기 확신은 좋은 결과를 만든다’라는 문장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나나들이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문장이 사라지는 것이 포인트다. 암스테르담에서는 1센트 동전 25만 개를 모아서 동전마다의 명암을 살려 길 위에 ‘집착 때문에 인생은 어려워졌지만 작품은 나아졌다’는 문구를 만들었다. 물론 며칠 후에는 사람들이 동전을 퍼 담아 갔기 때문에 이 문구도 깨끗이 사라져 갔다. 이 두 전시 모두 우리 삶의 신념이나 각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퇴색되고 소멸해 간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줬다고 주목을 받았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라는 것은 하느님의 가르침이다. 유대교에서는 토요일, 기독교에서는 일요일, 이슬람교에서는 금요일을 안식일(Sabbath day)이라고 했다. 유대인은 땅에게도 휴식을 줬다. 매 7년마다 땅을 쉬게 하고, 그 땅에서 저절로 자란 곡식은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조선시대에도 안식년이 있었다. 이름하여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사 중에서 젊고 재능 있는 사람을 골라 특별 휴가를 주어 마음껏 책을 읽고 학문연구에 전념케 했다. 이 전통은 그 후에도 계속되어 1426(세종 8)년부터 1773(영조 49)년까지 총 48차에 걸쳐 320인이 선발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서구를 중심으로 주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안식년(Sabbat ical leave)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학문 세계가 급격히 바뀌니까 중간중간 쉬면서 최신 지식을 다듬으라는 의미일 게다. 허나 바뀌는 것이 어디 학문뿐이던가. 오히려 지금은 경제·사회의 변화가 학문의 변화를 앞지르고 있다. 그렇다면 안식년(아니면 최소 안식월) 제도를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10년 이상 재직한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안식년 제도를 도입했고, 이랜드 같은 그룹은 근속 7년마다 2주 간 쉬게 하는 안식휴가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고 하니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 없다.

    쉬지 않고 굴리면 방전될 수 밖에 없고, 일회용이 아니라면 반드시 재충전해 써야 한다. 불교의 [능엄경]에서도 헐즉보리(歇卽菩提)라고 했다. 진정한 휴식 속에 깨달음과 통찰이 있다는 말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셰프라고 하는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는 자신이 운영하는 바르셀로나 북부의 엘불리(El Bulli) 레스토랑을 1년에 7개월만 문을 연다. 나머지 5개월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준비 시간이다. 3M이나 구글 같은 혁신기업들도 업무시간의 15~20%를 업무 외 다른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 직원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허(許)하기 위함이다. 피로한 직원을 다그쳐봤자 나올 건 뻔하다. 바카스와 우루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휴식만이 창조를 낳는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6.9.26.)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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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공급과잉산업 구조조정 성공할까

    • 날짜2016.10.12
    • 글쓴이김창도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중앙정부가 4조위안(한화 약 660조원)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했고 지방정부는 앞다퉈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공급과잉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주요 공급과잉산업의 설비 가동률은 60%~70%에 불과했고 시장 경쟁은 치열했으며 가격이 하락하고 적자기업은 속출했다.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은 해외로 물건을 쏟아냈고 통상마찰이 크게 늘어났다.
     
    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몇 년간 공급과잉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2013년 10월 '공급과잉 해결에 대한 국무원의 지도 의견'을 제시했고, 2014년 7~8월에는 낙후설비 및 과잉능력으로 도태해야 할 1300개의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지금 일부 산업에서는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 

    철강산업의 사례를 보자. 2002년 2000만t 미만이던 과잉설비 능력은 지금 3억t 이상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철강산업 구조조정 진흥계획'을 수립해 2011년 조강생산 목표를 5억t으로 설정했으나 실제 생산량은 6억8300만t에 달했다. 2011년 제정한 '철강산업 12차 5개년 규획'에서 2015년 10대 철강사 조강생산 비중을 60%로 설정했으나 지난해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과거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부진한 이유는 첫째 지방정부의 비협조이다. 지방정부는 세수감소와 노동자 대량 해고에 따른 사회불안을 우려했다. 지방정부는 재정수입의 5%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산업을 축소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았다. 둘째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우려해 정부가 기업의 부실경영을 방치했다. 중국의 철강산업 부실채권은 6000억위안(약100조원)에 달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급등한다. 셋째 국유자산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중국의 철강사 대부분은 국유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자본의 철강산업 진입을 제한하고 민간 자본의 국유기업 출자를 제한해 왔다. 

    결국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지난해 주요 철강사의 50%가 적자를 기록했다. 가동을 중단한 철강사도 2014년 6개에서 2015년 38개로 급증했다. 또한 해외로 쏟아지는 중국산 철강재로 고통 받은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했다. 지난해 세계 철강분야 반덤핑 제소 중 대(對)중국 제소가 43건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내우외환의 여건에서 올해 2월 국무원은 '철강업 공급과잉 해소 통한 위기탈출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2016~2020년 1억~1억5000만t의 설비능력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앙정부가 대규모의 자금을 직접 투입해 퇴출기업 인력의 재취업, 실업자 사회보장 및 재교육 등을 지원한다. 

    또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를 위해 2017년까지 30여개의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해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권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한다. 이외에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관료 평가에 구조조정 목표 달성도를 반영하며 철강산업을 외국자본과 민간자본에 전격 개방했다.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올해 1~7월 도태된 철강 설비능력은 2126만t이다. 이는 올해 목표치의 47%다. 지난주 만난 중국의 현지 철강 전문가들은 올해의 철강설비 도태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았고 앞으로 구조조정의 성공은 중앙정부의 의지와 지방정부의 협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앙정부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도로 특별 감찰조를 편성해 수시로 지방에 내려가 감독하고 있어 당분간 철강산업의 노후 및 과잉설비 감축은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9.2)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9011552219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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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집 어때요?

    • 날짜2016.09.26
    • 글쓴이박용삼

    콘크리트 일변도에서 탈출하려는 독창적 시도 … 대나무로 만든 학교도 

    콘크리트에 갇혀 산다. 잠도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자고, 일도 콘크리트 빌딩에서 한다. 아이들도 콘크리트 학교에 다니고, 범죄자들도 콘크리트 교도소에서 시간을 축낸다. 잠깐씩 한옥이나 전원주택을 꿈꿔 보지만 도시에 매인 처지에 달리 도리가 없다. 콘크리트가 처음 등장한 것이 19세기 중반경이니까 이제 200년쯤 됐다. 사실 콘크리트는 산업화 시대의 얼굴이다.

    산업화 시대가 신봉하는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생산과 소비가 발생하는 거점에 사람들을 집약시켜야 한다. 값싸고 강력한 콘크리트가 이것을 가능케 했다. 산업화 시대는 화석연료가 견인하고 콘크리트가 받쳐준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리에 등장한 대나무 하우스
     








    ▎엘로라 하디가 이끄는 이부쿠 팀에서 만든 대나무 집의 유선형 지붕은 한옥의 기와 지붕을 연상케 한다. / 사진: 중앙포토







    이렇게 대단한 콘크리트지만 운치와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색깔을 입혀도 속살은 여전히 싸늘한 회색이다. 우리 도시가 점점 더 건조하고 삭막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책임에서 콘크리트는 자유로울 수 없다. 콘크리트 숲 중간 중간에 흙이나 나무, 돌로 만든 자연친화적 건물이 있으면 전체 그림이 좀 나아질 텐데 비용이나 관리 부담이 만만치 않다. 허나 시대가 변하면 건축도 변해야 하는 법, 지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새로운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놀랍게도 그 재료는 풀이다. 그것도 우리가 광주리나 죽부인에서 많이 봐 왔던 흔하디 흔한 야생풀, 대나무이다.

    엘로라 하디(Elora Hardy)는 대나무로 집을 짓는다. 발리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친환경적이고 예술성 있는 건축을 고민하다가 자재에 주목했다. 그녀의 눈길이 닿은 것은 발리 곳곳에서 자생하는 대나무였다. 대나무는 잘 사용하기만 하면 아주 좋은 건축 재료가 된다. 우선 알아서 잘 자란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도 있듯이 비 온 뒤에 가보면 아무데서나 거짓말처럼 쑥쑥 자란다. 전 세계에는 무려 1450여종의 대나무가 있는데, 그중에는 길이가 20m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일단 사이즈와 양에서 건축자재로 합격이다. 또 철과 맞먹는 인장력과 콘크리트에 견줄 만한 압축강도를 가질 정도로 튼튼하다. 자체 탄력이 있기 때문에 지진이나 태풍을 견디는 힘도 강하고, 속이 비어 가볍기 때문에 운반도 편하다. 표면도 매끄럽고 고급스럽다.

    하디의 대나무 하우스는 건물 전체는 물론 가구까지 대나무로 되어 있다. 자연에서 자란 대나무의 모양과 크기는 공장에서 만든 것처럼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만든 집은 모두 맞춤집이다. 6층짜리도 있다. 대나무 집을 만드는 과정은 집을 짓는다기보다 작품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우선 집의 모양을 3D로 설계하고, 대나무로 축소 모형을 만든다. 이때 대나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축소 모형을 현장으로 가져와, 실제 집의 크기와 모양에 맞도록 가장 적합한 대나무를 골라 건축을 시작한다. 벌레를 막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붕사(硼砂, borax) 처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나무라는 자재의 좋은 점을 최대한 살리고, 한계를 극복하려다 보면 새로운 도전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된다. 지붕을 크게 휘어지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서 자연의 미풍을 집안으로 돌릴 수 있다. 에어컨이 필요없다. 벽도 최소화해서 공기 순환을 좋게 한다. 방의 모양도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에서 벗어나 유선형 등으로 멋을 더하고, 문도 원이나 물방울 모양 등 용도와 성격에 최대한 어울리게 만든다. 천장도 합판을 가지고 편평하게 하는 대신 대나무를 엮어서 짜는 방식으로 한다. 대나무들간 연결은 강철 못 대신 손으로 깎은 대나무 핀을 사용한다. 바닥은 광택이 있고 내구성이 좋은 대나무 껍질을 그대로 살려 만든다.

    그녀는 발리 현지의 숙련된 공예가·건축가·디자이너들과 함께 이부쿠(IBUKU, 인도네시아어로 ‘내 엄마 지구’)라는 팀을 만들어, 지금까지 5년 넘게 50여 채의 독창적인 대나무 건축물을 짓고 있다. 각각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건축물이다. 이부쿠 홈페이지(ibuku.com)에는 엘로라 하디의 포트폴리오가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의 원두막 비슷한 작은 집은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단다.

    건물은 용도와 위치에 어울릴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이제 익숙해 질만도 한데 여전히 서울시청사가 당황스러운 이유다. 딱 번지수를 착각해 불시착한 우주선이다). 하디의 대나무 집이 진가를 발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학교 건축에서다. 그녀의 아버지 존 하디(John Hardy)는 캐나다 태생으로 일찍이 발리로 이주해 보석 디자이너로 큰 돈을 벌었다. 그는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 영화에 감동해 은퇴 후의 삶을 뭔가 뜻깊은 일에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학교였다. 그냥 학교가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일조할 ‘불편하지 않은’ 학교였다. 그는 2008년에 발리 숲 속에 친환경 대안학교 그린스쿨(Green school)을 설립한다. 교육 과정이 친환경이라면 당연히 건물도 그래야 하는 법. 그는 그린스쿨 캠퍼스를 대나무 집으로 채웠다.

    주변의 정글과 논 사이에 맞춤형으로 세워진 캠퍼스에서는 40개국 이상의 500여 명의 학생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교사, 자원봉사자가 생활한다. 대나무로 만든 교실에는 벽이 없고 선생님들은 대나무 칠판에 판서를 한다. 아이들이 쓰는 책상도 대나무로 만든 유선형이다. 교실에는 자연 채광과 자연 바람이 들어온다. 그린스쿨은 전인(全人)주의(Holism) 교육을 표방한다. 아이들은 흙을 밟고 자연 속에서 벼농사를 짓고 돼지도 키운다(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차원에서 20%는 발리 현지 아이들이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며 자연인으로 자란다. 아, 원시인으로 자라지는 않는다. 영국 시험 과정에 대비해 영어와 수학도 배운다. 2014년 8월에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격려차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건축물이 창의력 키우는 촉매돼야

    사실 콘크리트 건물만큼 편한 게 없다. 다만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건축 설계뿐 아니라 자재도 해당 건물의 용도와 지향에 맞아야 한다. 우선 노후화된 공공기관 건물을 신축할 때 정부가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과학이나 기술 관련 부서라면 초고강도 강철이나 탄소섬유 같은 미래형 소재를, 문화나 관광 관련 부서라면 나무나 기와를 사용하면 어떨까.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의 디자인과 재질도 더 다양해져서 고르는 재미, 사는 재미가 배가되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창의력과 독창성이 중요한 때다. 매일 마주치는 건축물이 자취조차 가물가물한 일말의 창의력에 불을 붙이는 촉매가 되었으면 한다.

    아, 꼭 한번 대나무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분들은 자녀와 함께 발리로 가면 된다. 그린스쿨(www.greenschool.org) 교육과정은 유치원, 초등교육(1~5학년), 중등교육(6~8학년), 고등교육(9~12학년)으로 나뉜다. 아무래도 사립이다 보니 돈은 좀 든다. 신입생 등록금이 4000~4500달러, 수업료는 1년에 1만2000~1만6000 달러 정도란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6.9.26.)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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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무버 노리는 글로벌 기업은 지금] 신사업 속도전, M&A가 지름길

    • 날짜2016.09.19
    • 글쓴이박용삼

    IT기술을 필두로 세계 산업 지형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총아였던 PC는 30년 이상 최대 성장산업으로 영광을 누렸지만, 그 뒤를 이은 스마트폰은 세상에 나온 지 10년 만에 쇠퇴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 지금까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활용형 연구(Exploitative research), 지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을 위해 기업 중앙연구소를 통한 자체 R&D가 적합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선회해야만 하는 지금은 탐색형 연구(Explorative research)와 파괴적 혁신(Drastic innovation)이 필수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발 빠른 M&A인 것이다.
     








    ▎구글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낳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를 만든 영국의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이세돌(가운데)과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왼쪽),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 사진:중앙포토








    국내외 모든 기업이 신사업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템 발굴부터 인큐베이팅에 이어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경쟁 여건이 급변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기술 개발도 기대했던 것만큼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허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고려해 볼 수 있다. M&A는 주로 기존 사업의 규모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유용한 신사업 개척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체 연구개발(R&D)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이미 M&A에서 답을 찾고 있다. 미래의 유망 스타트업 쇼핑으로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 쇼핑으로 미래 대비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IT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곧 M&A의 역사다. 지난 1993년 이후 진행한 M&A 거래만 무려 120여 건이고, 1993년 이후 약 7년 간 70배 급등한 주가는 신기술 벤처 인수 후 역량을 높이는 시스코의 A&D(Acquisition & Development)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한다. 인터넷 라우터 사업으로 출발했던 시스코는 크레센도·그랜드저션 등 스위치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라우터에서 스위치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후 웹엑스·스타렌트·머라키·누오바 등을 인수하면서 네트워크 장비 기반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제공했고, 인터넷프로토콜(IP)을 사용한 네트워크 연관 사업 전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시스코는 2015년에도 사물인터넷(IoT) 실시간 분석회사 파스트림, 네트워크 보안 회사 랜코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회사 아카노 등을 잇따라 M&A했다. 지난 2월에는 IoT 플랫폼회사 재스퍼테크놀로지를 14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으며, 연이어 클라우드 스타트업인 클리커와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 회사인 리에바를 인수했다. 시스코의 혁신 원천은 M&A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글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설립된 이래 130여 개 기업을 M&A하며 성장해온 구글의 경우 특히 세 번의 홈런성 M&A가 관심을 끈다. 첫 번째 홈런은 2005년에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으로부터 인수해서 2007년 본격 출시한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이다. 현재 안드로이드의 세계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86.2%에 이른다. 두 번째 홈런은 2006년 인수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16억5000만 달러라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회의론이 무성했지만, 현재 유튜브는 사용자수 10억 명과 기업가치 700억 달러를 넘기며 세계 동영상 플랫폼의 정점에 올라섰다. 세 번째는 최근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낳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이다. 구글이 약 6억2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의 작품이다.

    잠잠하던 애플도 M&A 늘릴 태세
     















    페이스북도 뒤지지 않는 빅딜을 성사시킨 회사다. 페이스북은 2014년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앱) 선두주자 왓츠앱을 19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무리수가 아니냐는 일부의 걱정에도 왓츠앱은 페이스북보다 빠른 속도로 월간 사용자 수를 늘려왔다. 특히 브라질·인도·멕시코·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성사된 ‘오큘러스 VR’ 인수도 눈여겨볼 사례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단번에 가상현실(VR) 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게임과 영상 감상, 스포츠 중계, 원격학습, 원격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 관련해서도 2015년에 음성인식 통합 플랫폼인 윗에이아이, 동작인식 기술을 가진 페블스인터페이스 등을 인수했다.

    이에 비해 현금 2330억 달러를 쥐고 있는 애플은 그동안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애플의 M&A는 49건에 불과했다(같은 기간 구글은 133건). 규모를 봐도 2014년 30억 달러에 사들인 헤드폰 제조 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 정도가 눈에 띈다. 그 외에는 모두 신규 분야보다는 본업을 보완하는 측면의 M&A에 집중했다. 그러나 애플도 최근의 매출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애플의 행보가 눈에 띈다. 애플은 업계 최초로 지능형 음성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를 2011년에 공개한 바 있는데, 최근에 스웰·톱시·보컬IQ·퍼셉티오 등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AI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시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향후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기술도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면 한발 앞선 M&A로 성장을 구가해 온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1995년 미국 야후에 150억엔을 투자해 지분 37%를 인수한 이래, 2000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현재 가치 650억 달러)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2006년에는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인수가 150억 달러)했고, 2010년 간이 휴대폰 업체 윌컴, 2012년 일본 4위 이동통신업체 이액세스를 거쳐 2013년에는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인수(인수가 220억 달러)하면서 통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3년에는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 반도체 회사 ARM 홀딩스를 234억 파운드(약 35조 1800억원)에 전격 인수키로 해 화제가 됐다. ARM은 생산시설 없이 칩 설계와 개발만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인데, 칩의 지적 재산권(IP)을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칩 제조사에 판매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중 95%가 ARM 기술을 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 뱅크가 이번 인수를 통해 IoT·로봇·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M&A 시장 거래 규모 갈수록 커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2015년 세계 M&A 시장 거래 규모는 5조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대 중반 증가했던 M&A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인수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컴퓨터 조립업체 델이 스토리지 기업인 EMC를 67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으려는 M&A 시도가 확산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의 신사업·신기술 M&A 실적은 신통치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기는 M&A의 최적기임에도 우리 기업들은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M&A 규모는 389억 4000만 달러(347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의 3019억 5000만 달러(1779건), 중국의 2808억 3000만 달러(1275건)에 크게 못 미친다. 건당 M&A 규모도 중국이 2억2000만 달러, 일본이 1억7000만 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1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서서히 M&A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IoT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의 스마트 싱스를 인수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원격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이나 사무실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인수를 통해 IoT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완전한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방침도 세우게 됐다. 삼성전자는 향후 4년 간 미국 IoT 분야에 약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추가 M&A 방침도 밝혔다.

    또한 2015년 2월에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프페이를 2억5000만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이 업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는 인수 6개 월 만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모바일 결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페이가 1년가량 앞서 있던 ‘애플페이’를 편리성에서 뛰어 넘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삼성의 M&A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종 인수에 이르기 전에 유망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추후 인수 여부를 저울질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해서 삼성의 벤처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자율주행차 개발 스타트업인 누토노미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 개발회사 쿼너지시스템즈에 투자했다. 또한 이디본·익스펙트랩스·비캐리어스 등 7개의 AI 기업에 투자했고, VR 콘텐트를 만드는 바오밥스튜디오에도 투자했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이스라엘 스타트업 18곳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해외 기업 인수로 영역 확대 중

    한국인의 대표 플랫폼 카카오도 M&A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카카오 게임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M&A로 신사업 동력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2014년 12월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을 서비스 중이던 ‘키즈노트’를 66억 7000만원에 인수했고, 2015년에는 지하철 노선도를 제공하는 ‘지하철 내비게이션’, 기업 투자 전문 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55억6000만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롤 지분 100%를 626억원에 사들였다. 올해 초에는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874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는 2015년 5월,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패스’와 ‘패스 톡’의 자산을 인수하는 등 해외 M&A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글로벌 M&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중국 기업들이다. 자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유망 기업과 벤처를 싹쓸이하면서 ‘M&A 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올해 1~6월까지 134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의 1068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세계 M&A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로 독일(18%)과 미국(12%)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연간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호주나 중남미 지역의 자원이나 에너지 부문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미국·유럽의 IT·제조업·소비재 기업으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IT 분야의 M&A가 급증하고 있는데, 우선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 업체인 메이디는 올해 3월부터 일본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 부문, 이탈리아 가전기업 클리베, 독일 산업용 로봇 1위 쿠카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높였다. 메이디와 함께 중국 양대 가전사로 꼽히는 하이얼도 올해 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54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 외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러에코는 미국 2위 TV 제조 업체 비지오를 20억 달러에, 알리바바는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오를 1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영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한국 업체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기업 결합 동향과 특징’을 보면 지난해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데 따른 기업결합 신고는 모두 32건(5조1000억원 규모)인데 이 중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가 10건(1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4년의 4건(6000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150%, 금액으로는 167% 급증한 수치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M&A 행보는 미래를 읽는 나침반이다. 업체마다 주력 분야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M&A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통 분야 세 가지를 든다면 드론,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행보는 미래 읽는 나침반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VR을 인수해 단번에 가상현실(VR) 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오큘러스 VR 창업자 팔머 러키가 새로 출시한 가상현실 게임용 입력 도구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드론은 가장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구글은 2013년 열기구를 이용, 오지에서도 와이파이 신호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룬’을 시작한 데 이어 2014년 태양광 드론 제작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해 ‘프로젝트 타이탄’을 가동했다. 드론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발생시켜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페이스북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놓고 벌인 구글과의 인수 경쟁에서 실패한 후 어센타라는 새로운 드론 업체를 인수해서 ‘프로젝트 아퀼라’를 개발 중이다.

    VR은 구글·페이스북 외에도 애플·인텔·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닌 근본적인 플랫폼과 콘텐트 확보 등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특히 애플은 지난해 4월 이스라엘 듀얼 카메라 업체 링스컴퓨테이셔널이미징을 인수하면서 VR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VR 관련해 2015년 6월 메타이오, 11월 페이스시프트를 M&A했고, 올해 들어서도 표정인식 기술 업체인 이모션트와 플라이바이미디어 등을 연이어 인수하고 있다.

    AI는 구글이 앞서가고 있다. 2014년 1월 인수한 영국의 딥마인드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머신러닝 업체다. 현재 딥마인드는 알파고와 DQN을 보유하고 있는데 알파고는 바둑, DQN은 각종 비디오 게임에서 활약하고 있다. 애플도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자를 위한 머신러닝 플랫폼 업체 투리를 약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텔은 최근 딥러닝 분야 스타트업 너바나시스템스를 3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이에 앞서 세일즈포스의 메타마인드, 아마존의 오비어스, 트위터의 매직포니, MS의 완드랩스, 구글의 우드톡스 등 인수도 AI 관련 M&A로 주목받고 있다.

    IT기술을 필두로 세계 산업 지형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총아였던 PC는 30년 이상 최대 성장산업으로 영광을 누렸지만, 그 뒤를 이은 스마트폰은 세상에 나온 지 10년 만에 쇠퇴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 지금까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활용형 연구(Exploitative research), 지속성 혁신(Sus taining innovation)을 위해 기업 중앙연구소를 통한 자체 R&D가 적합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선회해야만 하는 지금은 탐색형 연구(Explorative research)와 파괴적 혁신(Drastic innovation)이 필수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발 빠른 M&A인 것이다.

    M&A(혹은 그 전 단계의 지분 투자)를 통해 신사업·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관련 기술과 핵심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해 자체 개발에 따르는 사업상·기술상의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시장 선점을 통해 중국 등 경쟁자의 도전을 사전 차단하는 것 외에도 우리 기업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원천기술 부족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다.

    실패만 남긴 야후의 전방위 M&A
     

















    하지만 자금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실제 M&A의 70~90%는 실패한다는 게 정설이다. M&A의 목적이 분명하고, 이를 전담할 역량이 있어야 하며, 이후 통합 과정까지 순조롭게 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인터넷 업계의 수퍼스타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야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야후는 2012년부터 모바일, 비디오, 내이티브 광고와 소셜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무려 53개의 기업을 인수했지만, 인수 기업 대부분이 원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야후 내부의 팀으로 흡수되면서 그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한 것도 많았다.

    M&A 성공을 위해서는 탐색(Searching), 가치평가 (Valuation), 통합(Integration) 과정에 치밀한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선 탐색 단계에서는 최적의 인수대상을 선별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사전에 필요한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고 여기에 맞춰 매물을 찾아야 한다. 충동 구매는 후유증이 크다. 가치평가는 최적 가격을 산정하고 인수 타이밍을 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소문이 무성하면 인수 프리미엄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 통합은 피인수 기업에 대한 위압적 태도를 지양하고 개방적 자세로 역량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기업 간 문화와 관행의 차이를 좁히려는 세심한 노력이 필수다.

    끝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일반 대중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나 공정거래법 등이 기업의 M&A 의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나아가 국가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각종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 세제 지원 등의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M&A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M&A 앞에 흔히 ‘적대적’ 혹은 ‘공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처럼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다. 물론 돈을 앞세운 문어발식 확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는 측과 파는 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M&A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M&A를 통해 신기술에 목마른 대기업과 IPO(기업공개) 외에 조기 출구전략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 간에 자연스런 상생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6.9.19.)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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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 솔선수범이 먼저다

    • 날짜2016.09.15
    • 글쓴이천성현

    ‘궁궐 앞 대로에 대변이 널려있고…’ 구한말 선교사가 조선견문록에서 묘사한 한양의 모습이었다. 쓰레기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던 후진 문화가 단 1년 만에 재활용 분리수거 전 세계 1위 선진국으로 환골탈태했다면 믿어지겠는가?

    1995년 1월 1일부터 실시된 쓰레기 종량제는 한국 시민문화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환경 선진국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환경문화로 자리 잡았다. 무엇이 이러한 문화의식의 변화를 가져왔을까? 여러 분석 중에 쓰레기봉투에 합리적인 작은 가격을 붙여 판매했다는 데 주목할 수 있다.

    쓰레기 배출의 책임을 지는 주부들이 단돈 몇 백 원짜리 봉투를 아끼고자 알뜰하게 행동한 덕분이다. 최근 한국 기업문화의 병폐에 대해 글로벌 컨설팅사의 비판과 언론의 캠페인이 폭주하고 있으나, 쉽사리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교훈삼아 최근 기업문화 혁신 바람이 성공할 수 있는 7가지 성공요인을 제안한다.


    IBM의 문화혁신의 성공요인 조사결과, 경영진의 솔선수범과 지원(92%)이 1순위로 나타났다. 이는 리더십의 변화가 컬처 이노베이션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1 I 사업상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GE의 ‘린 스타트업’ 혁신의 핵심인 ‘패스트웍스’ 프로그램도 알고 보면 2~3년 걸리던 제품개발기간을 11개월 이내로 단축해 시장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업상 목적에서 출발했다.

    최근 삼성의 스타트업 컬처 혁신도 루프페이 인수와 삼성페이 출시를 통해 내부개발이 아닌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고, 경직된 내부지향적 사고를 깨뜨리고자 한 데서 기인한다. 왜 컬처 이노베이션을 해야 하는가는 목적, 비전이 분명하지 않으면 구성원의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

     

    2 I 스타트업 조직을 분리할 필요도 있다.

    구글은 검색사업을 영위하는 자사로부터 지주회사 알파벳을 분리하고 스타트업 기술 개발과 상용화 사업에 자금을 대는 펀드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 스타트업의 독자적인 생존과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구글 검색사업의 이익에 기대 스타트업 정신을 잃고 관료화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GE도 ‘퍼스트빌드(FirstBuild)’라는 스타트업 펀드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3 I 작은 성공사례를 먼저 만들어라.

    대기업이 전사적 혁신을 추구한다고 해서 전 세계 직원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GE도 GE 어플라이언스(Appliance, 가전)부터 ‘패스트웍스’를 도입해 신제품 베타버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등 스타트업 문화를 시작하기 좋은 부서부터 혁신에 성공시킨 후 이를 확산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4 I 성공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달라져야 한다.


    안정된 기업의 직원들은 분업에 따라 맡은 일을 큰 탈 없이 수행하면 된다. 반면 스타트업은 성공이 불투명한 새로운 일에 자신의 경력을 걸고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잘못되면 문책을 당하고 좌천되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 정신을 강조하는 화웨이는 상장하지 않고 입사하면 일정 수준의 주식을 배분해 오너십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 성공해 회사가 잘되고 주가가 오르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5 I 한국 기업 공통의 권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기업문화는 중국, 일본, 홍콩과 함께 유교문화에 해당돼 서구기업에 비해 위계적 권위주의와 관료화되기 쉽다. 개인주의와 수평적 호칭에 익숙한 서구기업들도 스타트업 컬처 확산에 공을 들인다. 서열과 위계가 배어있는 한국 기업문화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수평적 팀제, 협업체계, 신뢰 중심의 리더십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노력을 서구기업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스타트업 컬처의 이식이 가능하다.


    6 I 업무 시스템, 환경 개선도 부분적으로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고 직원 전체가 모여 일하는 사무실이 붐을 이루고 있다. 2015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 입주한 페이스북은 축구장 7개 크기의 2층 사무실에 2800여 명이 모여 일한다.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일반직원들과 똑같은 책상에서 함께 일하다 보니 대화의 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 직원 누구와도 만나서 대화하고 협업할 수 있는 거대한 사무실이 스타트업의 상징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베이,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대부분 비슷한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이 거의 없고, 다른 사람의 대화로 인해 업무 몰입도가 낮아지는 불편함도 만만치 않다. 대면해 지시하고 보고받는 데 익숙한 대기업 간부들이 모바일 결재만으로 보고서를 승인할지도 의문이다.

     

    7 I 직원의 스타트업 관련 역량과 스킬을 높여야 한다.  

    서구기업의 경우 직원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2000년대 중반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밀레니엄 세대가 기업의 전면에 나서면서 직원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능력이 높아지고, 로봇, 3D프린팅, 스마트 팩토리 등 혁신적 기술로 무장한 직원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꼰대’, ‘아재’라 불리는 기성세대가 여전히 산업인력의 주력을 차지하며 신세대의 직장 분위기 혁신의 걸림돌처럼 취급받고 있다. OECD의 성인 ICT 활용능력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직장인 30대 중반 이후의 경우 직업문제 해결능력이 OECD 평균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타트업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타트업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기술의 개발과 육성이 시급하다.

    IBM의 문화혁신의 성공요인 조사결과를 보면, 직원의 참여(72%), 신뢰와 소통(70%), 변화 주도세력(55%), 효과적인 교육훈련(38%), 평가지표의 개선(36%), 조직구조의 변화(33%), 금전·비금전적 보상(19%) 등이 꼽혔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솔선수범과 지원(92%)이 1순위로 나타나 리더십의 변화가 컬처 이노베이션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들도 모처럼 구성원의 의식수준이 점프할 기회를 맞이한 만큼 선진기업이 괄목상대할만한 스타트업 혁신을 경영진을 중심으로 이뤄 내길 기대해 본다. 

    천성현 수석연구원

    출처: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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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위대한 리더가 되는 손쉬운 방법

    • 날짜2016.09.05
    • 글쓴이박용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A, B 두 사람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벽돌을 쌓는 중이다. 벽돌 쌓기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정성여하에 따라 지진에 견딜 수도, 발길질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A는 제발 일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일당을 받아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픈 생각뿐이다. B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벽을 쌓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지금 쌓는 것은 그냥 벽이 아니라 갓 태어난 아들 녀석이 다닐 학교의 벽이기 때문이다.

    둘 중 누가 더 튼튼한 벽을 쌓을지는 물어보나마나다. 일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어쩌면 ‘이유’를 찾아 가는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공부하는 이유, 일하는 이유, 더 나아가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한 사람은 대개가 행복하다. 이유를 모른 채 하루하루를 숙제하듯 살아가는 사람은 매사에 시큰둥하고, 불평과 분노에 쌓인 채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이처럼 한 개인의 삶도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의 삶은 어떨까? 우리 주변에는 극소수의 존경받는 리더와 대다수의 실망스러운 리더가 존재한다(늘 그래왔고, 또 늘 그럴 것이다). 어느 리더도 작정하고 실망스러운 리더가 되기를 원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비결은 없을까? 미국의 리더십 연구가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이 말하는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들어보자.

    ‘이유’있는 삶이 행복하다

    사이넥은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리더라고 설명한다. 그가 2011년 발간한 책 제목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에서처럼 왜(Why), 즉 이유가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 많은 컴퓨터 회사 중에서 왜 애플만 광(狂)팬들을 거느리고 있을까? 그 많은 인권운동가 중에서 우리는 왜 마틴 루터 킹 목사만 기억할까? 그 많은 비행기 발명가 중에서 왜 학벌도 짧고 자금도 부족했던 라이트 형제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에 집착하는 대신 그들은 왜(why)를 먼저 고민했던 것이다.

    우리도 산업화 초기에는 근면성실한 것이 곧 애국(愛國)이고 애족(愛族)이라는 강력하면서도 자발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리더도 왜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지, 왜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지, 왜 악착같이 경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그건 이유가 아니라 변명이다. 일하는 것에 대한 이유, 즉 명분·신념·믿음을 가진 리더들은 뭔가가 다르다.

    1900년대 초, 유인 비행기에 대한 열풍은 지금의 IT나 바이오 열풍을 훨씬 능가했다. 너도 나도 비행기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그중 사무엘 피에르폰트 랭리(Samuel Pierpont Langley)라는 사람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 졸업생인 그에게는 많은 자금과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었다. 하지만 최초의 비행기는 1903년 12월 17일, 오하이오 데이톤이라는 시골마을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올빌과 윌버 라이트(Orville and Wilbur Wright) 형제가 개발했다. 랭리와 라이트 형제의 결정적 차이는 딱 한가지, 비행기에 대한 꿈과 환상이었다. 라이트 형제, 그리고 그들과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열과 성을 다해 헌신적으로 일을 했다. 이와 달리 랭리는 돈과 명성이 목적이었고, 그와 같이 일했던 직원들도 월급봉투만이 목적이었다. 그 미묘한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1963년 여름, 무려 25만 명의 사람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쇼핑몰 앞에 모였다. 초대장도,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웹 사이트도 없었던 시절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였다. 킹 목사는 미국에서 가장 연설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또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던 유일한 흑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킹 목사가 다른 인권운동가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었다. 그는 이것이 잘못되었다, 저것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며 자신의 신념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의 신념을 믿은 사람들은 그걸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광적으로 전파했다. 8월 중순 워싱턴의 뙤약볕 아래 그 많은 사람이 모여든 것은 흑백 갈등 차원을 넘어 미국의 미래에 대한 신념을 공유했기 때문이었다(25%의 관중이 백인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 애플은 여전히 다른 전자제품 회사와 뚜렷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흔히 기업의 마케팅과 영업 파트는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다른 제품들과 어떻게 다르고, 뭐가 좋은지를 말한다. “새로운 차가 있습니다. 시트는 가죽이고 연비도 좋습니다. 이 차를 사세요”하는 식이다. 하지만 애플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거꾸로다. “우리는 기존의 것에 도전하고, 신념을 갖고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고, 심플하고, 편리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구입하고 싶은가요?” 아, 왠지 달라 보인다. 안 살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이 게이트웨이나 델 같은 미국의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쳐놓고 많은 사람이 한사코 애플의 컴퓨터, MP3 플레이어, 태블릿, 휴대전화를 고집하는 이유다.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

    출퇴근 러시아워 지하철에서 숨을 참고, 손을 가지런히 하고,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문득 ‘나는 누굴까’ ‘여긴 어딜까’ 따위의 존재론적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왜 사냐고 묻거든 그저 웃지요’다. 기왕에 한번뿐인 삶인데 사는 이유, 일하는 이유, 뛰는 이유를 찾고 깨달아야 한다. 사춘기에 짧게 끝낼 고민이 아니다. 기업도 그렇다. 마케팅의 목표는 당신의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믿음을 파는 것이어야 한다. 고용의 목표는 단지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당신(회사)의 믿음과 신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녀 교육도 그렇다. 공부에 넌더리가 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못 배운 부모의 한을 풀어달라? 늙어서 뼈저리게 후회할 거다? 좋은 대학 가면 어깨에 힘 주고 살수 있다? 글쎄다. 이런 정도에 넘어 올 아이들이 아니다. 윽박지르고 꼬드겨봤자 소용없다. 방법은 딱 하나다. 제발 좀 하지 말라고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려도 아득바득 공부하게끔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한다.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why)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못하면 공부는(적어도 지금 하는 공부는)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국가에게도 헛수고일지 모른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6.9.5.)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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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세계의 스마트 공장'으로 가려는 중국

    • 날짜2016.09.02
    • 글쓴이김창도

    중국 제조업은 과거 30년 넘게 고성장을 지속해 ‘세계의 공장’이 됐다. 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 세계 총 생산량의 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최근 공급과잉, 수출둔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성장은 크게 둔화됐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큰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응에 고심하다가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제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공장’의 확산에 주목했다. ‘스마트 공장’은 인간의 개입을 극도로 줄이고도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 주목을 받는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산업 인터넷’을 살펴본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인터넷 플러스’ 행동계획을, 5월에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제시했다. ‘인터넷 플러스’의 주요 목표는 인터넷과 제조업을 결합해 산업 인터넷, 전자상거래, 인터넷 금융 등을 적극 발전시키고 인터넷 기업의 해외진출까지 추진한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혁신추진, 산업구조 고도화, 인재우선 등 5대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5대 중점 프로젝트로 스마트 제조 등을 제시했다. 10대 전략산업으로 차세대 IT 기술, 첨단 CNC 공작기계 및 로봇 등을 선정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제조 2025’가 중국이 목표로 하는 제조 및 혁신 강국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이다. 중국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단위로 일본, 독일, 미국을 차례로 따라잡고 추월해 2049년(건국 100주년) 전후 하여 제조 및 혁신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에 동참하고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여기에 지난해 3월에 발표한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주변국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따라서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산업 인터넷’ 개념뿐만 아니라 제조 혁신 능력과 대외 영향력을 높이려는 국가의 중장기 전략까지 포함한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제조업 전반에 기반을 잘 구축한 중국이 새로운 IT기술까지 잘 활용한다면 ‘세계의 스마트 공장’으로 도약하여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스마트 공장과 관련된 핵심 분야는 제조설비의 물리적 영역과 제어 및 통신 등 디지털 영역을 결합할 수 있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구축이다. 결국은 기존의 제조 기술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IT기술을 잘 접목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제조산업의 기반은 잘 구축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능력, CPS 구축에서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 특히 스마트 공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혁신과 인재양성을 강조하고 자국의 거대 시장을 협상카드로 정상 외교를 통해 세계 선진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기술지원을 받으려 한다.

    시진핑 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4년 3월 정상회담 이후 몇 차례 만나 “독·중 인더스트리 4.0”과 관련한 협력에 합의했다. 상하이 보산강철은 올해 6월 스마트공장의 대표주자인 지멘스와 “스마트 제조(인더스트리 4.0) 전략적 협의” 관계를 맺었다. 리커창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측은 협력 사인을 했다. 

    중국의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스마트 공장이 중국에서 당장 확산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의 스마트 공장’으로 가려는 중국의 방향은 정해졌다. 과거 중국 제조업이 급성장을 하여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중국에서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공장이 확산되면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9.2)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9011552219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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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 날짜2016.08.08
    • 글쓴이박용삼

    양식 통한 청색혁명이 새로운 성장엔진 … ICT·사물인터넷 등 기술 접목 필요 
    삼겹살과 치킨에 지칠 때면 가끔씩 횟집을 찾는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슬슬 마음이 복잡해진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할 눈도 없거니와 ‘싯가’라고 적힌 가격표를 보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일행 중에 항상 있게 마련인 ‘마린보이’의 입만 쳐다보는데, 매번 얘기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영 미덥지 않다. 그냥 삼겹살로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까다롭거나 유별난 게 아니다. 필자는 단지 깨끗하고 싱싱한 활어를 착한 가격에 먹고 싶은 것뿐이다.

    인구가 주체할 수 없게 늘어나면서 먹거리가 큰 문제다. 사막화로 인해 농사지을 땅도 점점 부족해지고, 지금보다 가축을 더 많이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답은 지구 지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 즉 양식(Aquaculture)에 답이 있다. 중국처럼 수백 척씩 떼로 몰려가 남의 나라 물고기 씨를 말릴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인류 문명은 사냥(hunting)에서 경작(farming)으로 옮겨오면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바다에서 그물·낚시·작살로 고기를 잡는 풍경은 원시적이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구 표면적의 70% 차지하는 바다

    네덜란드 태생의 기업가이자 환경보호론자인 마이크 벨링스(Mike Velings)는 양식업 전도사이다. 그는 아콰스파크(Acua-spark)라는 글로벌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친환경 양식으로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를 함께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인류가 왜 양식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인간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고 각종 호르몬과 효소를 만든다. 무슨 말이냐고? 단백질이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단백질의 영어명인 ‘protein’이 그리스어의 ‘proteios(중요한 것)’에서 유래했겠는가.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인 육류 소비는 지난 50년 간 세계적으로 7000만t에서 3억t으로 늘었다. 다른 단백질 공급원인 우유와 달걀 또한 비슷한 추세다. 그럼에도 2050년경에는 오늘날 인류가 쓸 수 있는 것보다 최소 70%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게 된다. 인구가 현재 70억에서 2050년경 97억으로 증가하고, 또 소득에 비례해서 단백질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큰일이다. 전 인류가 대동단결하여 앞으로 풀만 먹기로 하지 않는 이상 세계 단백질 공급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고기나 곤충을 더 많이 키우고 먹는 수밖에 없다(미래 식량자원으로서 곤충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제 곤충을 먹어야 할 때’(본지 2016년 4월 11일자) 참조). 특히 물고기는 건강에 좋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주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어떤 육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메가3 같은 지방산도 제공한다. 더욱이 가축이나 가금류에 비해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확인된 것만 3만 종이다. 문제는 남획이다. 인류의 식탐은 바다가 자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 WWF(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세계 해양생물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황새치와 참다랑어 같은 대형 어류도 1950년대 이래로 90% 이상 감소했다. 일본 등의 불법 포획으로 인해 고래도 멸종의 문턱을 오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다에 대한 수탈이 계속된다면 바다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게 뻔하다. 그땐 진짜 벌레만 먹고 살아야 한다.

    양식이 답이다. 1파운드의 물고기 양식을 위해서는 같은 무게의 먹이만 있으면 된다 하루 종일 중력을 버티며 서 있지 않아도 되고, 또 피를 덥힐 필요가 없어 에너지 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반면 소고기 1파운드를 얻으려면 8~9파운드의 사료가 필요하다). 또한 소나 돼지처럼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도 않는다. 회로 먹어도 좋고, 굽거나 튀기거나 삶거나 졸여 먹어도 된다. 아, 말려 먹기도 한다. 여러모로 신통하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500여 종의 물고기 양식이 이뤄져 왔고, 2014년에는 양식으로 키운 양이 바다에서 직접 잡은 양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식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무분별한 양식은 물을 오염시키고, 해안 서식지를 파괴하고, 사료용 어분(fish meal)을 위해 정어리나 멸치류를 희생시킨다. 바이러스와 질병이 야생종 집단으로 퍼지면서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고, 탈출한 양식어종과 야생어종의 번식으로 유전자 풀의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앞으로 해조류나 미세조류 같은 친환경 사료를 더 개발하고, 첨단 IT 제어기술과 데이터 분석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바이오플락(Biofloc)’ 기술처럼 사료와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양식 업체 인수 잇따라

    최근 관련 업체의 양식업 진출이 심상치 않다. 2014년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 업체인 서마크(Cermaq)를 14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네덜란드 무역 업체인 SHV홀딩스도 연어 양식 업체인 뉴트레코(Nutreco)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의 곡물 무역상이자 육류 공급 업체인 미국의 카길도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체 에보스(EWOS)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나라는 양식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7위(166만t) 규모지만, 여전히 해조류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하다. 애써 키운 물고기가 폐사하는 경우도 많고, 주요 품종도 조피볼락(우럭), 돔류, 숭어 정도에 국한된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아직은 시작일 뿐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전통 양식 노하우에 우리의 자랑인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자. 바이오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종자와 사료도 개발하자. 그 뛰어난 플랜트 기술로 먼 외해(外海) 혹은 도심 한가운데도 근사한 스마트 양식장을 만들어 보자. 어느 날 양식업이 번듯한 4차 산업으로 탈바꿈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갈증 해소에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아, 그나저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양식업에 꽂혔단다. 틈만 나면 평양 인근의 메기 양식공장을 찾아서 ‘볼수록 희한한 멋쟁이 공장’이라고 치켜세우고, “물고기 비린내를 맡으니 정신이 다 맑아진다”고 한단다. 북한 전역의 군부대에는 빙어와 송어를 키우라고 지시했단다. 연어와 자라도 키우는데 이건 좀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튼 제발 좀 잘 되길 빈다. 엉뚱한 100일 전투 같은 거 말고, ‘물고기 1000일 전투’에 나서길 권한다. 북한산 양식 물고기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북한 인민들도 이밥에 고깃국 대신 생선이라도 실컷 먹어볼 것 아니겠는가.


    출처: 이코노미스트 ('16.8.15.)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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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중국에 무엇을 팔까

    • 날짜2016.08.05
    • 글쓴이김창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013년 말 10만원 미만이었다. 지금은 37만원에 달한다. 2년7개월 동안 4배 가까이 뛰었다. 우연인가. 2013년 447만명이던 중국 국적 한국 입국자는 지난해 615만명, 올해 상반기는 391만명(지난동기대비 127% 증가)을 기록했다. 지금 명동과 코엑스 롯데면세점에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화장품, 명품가방, 의류 등을 쇼핑하느라 분주하다.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이러한 특수를 만난 것이다.
     
    중국의 `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바라보면서 이들의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매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늘어난 15조6138억위안(약2조3700억달러)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조위안을 넘을 전망이다. 중국인들의 임금이 오르고 소득이 늘어나자 과거 중국을 수출기지로 활용했던 외국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특히 국내시장이 포화되고 글로벌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에 무엇을 팔 것인가”는 한국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답을 찾기 위해 화장품 사례를 보자. 몇 해 전 한국인들과 만남이 늘어나자 중국인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자신들의 겉모습이 5년에서 10년은 늙어 보인 것이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이 원인인 것 같았고 실제로 써보니 효과가 있었다. 소문을 타고 한국 화장품은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결국 중국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가 잘하는 부분이 잘 맞은 것이다. 중국의 미래 발전추세와 한국의 경험 및 경쟁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아래 분야를 파고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교육 및 문화와 관련된 분야다. 최근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집했던 중국은 지금 교육열이 대단하다. 한 아이에 친가·외가 조부모까지 총 6명이 달라붙는다. 또한 중국 정부는 역사와 문화의 굴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포장과 섬세한 표현에서는 부족하다. 우리의 강점을 보자.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가 알아봐준다. 또한 드라마, 대중가요(K-Pop) 등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디자인에서 운영까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다음은 안전 및 노후와 관련된 분야다. 중국은 식품 중독 및 현장 사고가 많다. 한국산 우유나 빵은 중국에서 몇 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일단 안전하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중국은 또한 개혁개방 이후 30년 넘게 일만 해온 세대들이 이제 은퇴 후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보다 20년 먼저 산업화를 달성했기에 지금은 은퇴·노후 생활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안전과 노후 분야에서 한국기업이 충분한 신뢰를 쌓는다면 중국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제일 가능성이 큰 것이 친환경 및 건강제품 분야다. 중국은 현재 친환경 자동차산업 육성, 친환경 도시건설 등 환경과 관련된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소득이 늘어난 중국인들이 건강제품을 많이 찾는다. 이 분야에서는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및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중국인들도 한국산 화장품만 갖고는 건강하고 젊은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는 주변의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음식 등이 잘 받쳐줘야 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이나 홍삼 등 건강 제품은 어쩌면 또 다른 성공신화가 될 수 있고 이 분야에서 제2의 ‘아모레퍼시픽’이 나올 수 있다. 

    화장품 성공사례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분야에서 중국이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팔려면 중국의 실정과 한국의 강점까지 꿰뚫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되지 않을까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8.5)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8040843300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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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같은 값이면 흙수저 뽑아라

    • 날짜2016.08.01
    • 글쓴이박용삼

    금수저는 모르는 흙수저만의 비밀 무기 … 열정·목적의식 남달라 
    바야흐로 스펙(Spec)의 시대다. 스펙은 입시생이나 취준생의 공력이 드러나는 점수·자격증·실적 같은 것을 말한다. 제품이나 기계의 사양(仕樣)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에서 따왔다. 스펙이 없으면 입학도 취직도, 심지어 연애도 힘들다. 그래서 너나 없이 스펙 쌓기에 혈안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스펙 지존이 있다. 바로 호적등본이다. TOEIC 점수나 HSK 등급, 각종 자격증 수십 개보다 (조)부모의 신분과 재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수저 계급론’.

    수저 계급에는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있다. 영어 표현에 부모 잘 만나 호강한 사람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고 하는데, 수저 계급론은 은수저 위, 아래로 몇 개 등급을 더 붙였다(다이아몬드 수저, 놋 수저, 플라스틱 수저, 나무 수저도 있는데 헷갈리니까 일단 빼자). 역사가 입증하듯이 계급론은 개인의 상승 의지를 무력화한다. 계급의 갈피마다 차곡차곡 쌓인 체념과 분노는 결국 한 사회를 병들게 하고 무너지게 한다. 수저 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음침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는 한 편의 ‘웃픈(웃긴+슬픈)’ 독백으로 들린다.

    스펙보다 ‘웃픈’ 수저 계급론

    두 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 A(아이비리그 졸업, 학점 4.0, 흠잡을 데 없는 이력, 수십 장의 추천서)와 B(시골 주립대 졸업, 빈번한 이직, 음식점 점원 경력, 추천서는 당연히 없음)가 그들이다. 물어보나마나다. A는 딱 봐도 엄친아, B는 찌질이다. 편의상 A를 금수저, B를 흙수저라 하자. 하틀리는 수년 간 인사업무를 하면서 흙수저들의 변변찮은 이력서들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문득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봤다. 흔히 흙수저들은 게으르고, 일관성과 집중력이 결여되고, 행동이 제멋대로일 거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혹시 그들의 뒤죽박죽인 인생 경로는 남들은 모르는 최악의 역경을 딛고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생생한 증거인 것은 아닐까.

    통상 역경을 겪고 나면 오랫동안 정신적 후유증, 즉 트라우마(Trauma)가 남는다. 트라우마는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정신의학에서는 주로 트라우마의 부작용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되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의학자들이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트라우마가 오히려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그렇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나 리더들 중에 왕년에 고생 한번 안 해본 사람은 드물다. 가난했거나 아팠거나 버림받았던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알코올 중독이나 폭력에 휘말렸던 사람도 있다. 역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한 연구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졌던 698명의 아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그래서 젊어 고생은 사서 하라 했나 보다).

    특히 성공한 기업가 중에는 묘하게도 난독증(難讀症) 환자가 많다. CNN 설립자 테드 터너,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시스코 시스템즈의 존 챔버스, 이케아의 잉바르 캄프라드,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의 창업자 찰스 슈왑 등이 모두 난독증을 앓았다. 레오나드로 다빈치, 알버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에디슨, 파블로 피카소 같은 천재들도 난독증이었다. 명절 때마다 뵙는 성룡 삼촌과 톰 크루즈 형님도 난독증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난독증이라는 치명적인 학습장애를 오히려 자신에게 바람직한 계기로 활용했다는 거다. 읽고 쓰지 못하는 대신 오히려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된 것이다.

    창조적 리더 시대에 흙수저 출신이 제격?

    오갈 데 없는 흙수저들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자신 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움직인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쉽게 좌절하기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자문한다. 또한 흙수저들은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열정과 목적의식으로 무장되어 있다. 지독한 가난과 술주정뱅이 아빠와 연이은 불운, 아 그리고 빙빙 도는 난독증으로부터도 살아남았다면 일이나 사업이 조금 안 풀리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물론 명문대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인생에서의 성공이 예정되어 있는 금수저들이라면 어떻게 눈 앞에 놓인 수많은 역경과 가시밭길을 헤쳐갈 수 있겠는가. 실제 명문대 졸업생들 중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좌절하고 상심하다가 애써 뽑아 준 회사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틀리는 흙수저를 뽑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녀 자신도 흙수저다. 그녀의 아버지는 망상성 정신분열증 환자여서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했다. 당연히 그녀 가족의 삶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거나, ‘사랑의 기적’이거나, 아니면 ‘뷰티풀 마인드’였다고 한다(세 영화 모두 정신병 환자가 주인공이다). 그녀 가족은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에 세들어 살았고, 당연히 자동차, 세탁기, 심지어 전화기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금수저의 자부심 대신 흙수저의 근력을 키웠다. 주변의 눈총과 비아냥을 약으로 삼았다. 어두운 과거에 갇히지 않고 밝은 미래에 집중했다. 그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고, 흙수저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을 갖게 한 것이다.

    서부영화를 보면 깔끔하게 양복 입은 은행원들이 나온다. 분명 금수저들이다. 반면 넝마 걸치고, 먼지 뒤집어 쓰고, 말 타고 소떼 모는 카우보이들은 흙수저쯤 되겠다. 그런데 악당들을 몰아내고 서부를 개척하는 건 결국 언제나 카우보이들의 몫이다.

    지금까지의 성장 공식은 끝났다. 과거에 우리가 선택했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델에는 정답에 충실한 금수저들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맨땅에 헤딩하듯 뭔가 새로운 것, 최초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창조적 리더(Creative leader)의 시대다. 여기에는 빈(貧)하게 나서 험(險)하게 자란 흙수저들이 딱이다. 이력서 한 장을 보자.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입양됨, 대학을 갔으나 중간에 때려 침, 번듯한 직장 없이 여러 곳을 전전함, 느닷없이 명상을 하겠다며 인도에서 1년 쯤 뒹굴다 옴. 흠, 당신이 인사 담당자라면 이런 사람을 뽑겠는가? 이름도 괴상하다. 잡스(Jobs), 직업이 많았다는 뜻인가? 풀네임은 스티브 잡스란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6.8.1.)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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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경제성장 통계 쪼개보기

    • 날짜2016.07.29
    • 글쓴이김창도

    지난 15일 중국국가통계국은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6.7%로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넘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 7.0%, 3분기 6.9%, 4분기 6.8%에 이어 올해 1분기 6.7%로 지속 하락 추세였다. 일부에서는 중국정부가 하락하는 경제성장률에 인위적으로 제동을 걸었다고 보고 통계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다. 특히 지난 5일 중국이 연구개발(R&D) 비용을 국내총생산(GDP) 계산에 넣는다고 하면서 통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중국국가통계국은 R&D 비용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이번에 R&D 비용을 빼도 6.7%의 성장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하나. 우리가 직접 조사할 수 없다면 중국국가통계국의 수치를 활용할 수밖에. 이번에 발표된 경제 통계를 분야별로 쪼개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보인다. 

    첫째, 중국경제가 소비와 서비스 주도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상반기 최종 소비지출이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73.4%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2%포인트 늘어났다. 자본형성 기여도는 37%, 순수출의 기여도는 마이너스 10.4%이다. 상반기 서비스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59.7%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과거의 양적 성장(투자·수출 중심) 방식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을 추구한 결과다.

    둘째, 민간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하지만 민간투자 증가율은 2.8%에 불과했다. 반면 국유자본의 고정자산투자는 23.5%에 달했다. 과거 30여 년 민간투자가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을 밑돈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그 이유는 부채 리스크로 대출규제가 강화됐고, 고정자산투자 수익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2008년 이전 고정자산투자 수익률은 10% 정도에 이르렀지만 2014년에는 5%에도 못 미친다. 

    셋째, 하이테크, 인터넷 및 인공지능(AI) 분야의 약진이다. 올해 상반기 하이테크 산업의 부가가치는 10.2% 늘었고, 온라인 쇼핑은 26.6%, 공업용 로봇 생산량도 28.2% 늘었다. 이는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 ' 인터넷 플러스'등의 정책 효과이기도 하다.

    넷째, 해외직접투자(FDI) 유치보다 해외진출이 더 많다. 상반기 중국이 유치한 FDI는 695억달러인 반면 해외진출(금융부문 제외)은 889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해외진출 금액은 올해 1분기 유입된 FDI를 조금 넘은 후 2분기에는 격차를 넓혔다. 이는 중국기업들이 수익률이 낮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상반기 경제성장 통계를 보면 중국정부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는 첫째, 대외무역 부진이다. 상반기 중국의 해외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고 수입은 4.7% 줄었다. 둘째, 지역별 균형 성장이다. 특히 동북지역의 성장이 크게 정체되고 있다. 이 지역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했다. 물론 부채문제도 심각하다고 전해지지만 발표된 통계자료를 갖고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처럼 올해 들어 중국경제가 소비·서비스 주도, 국진민퇴(國進民退), 하이테크와 인터넷 활성화, 해외진출 가속화 특징을 보이는 것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향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6.5%~7%로 설정하고 ‘공급측 개혁’, ‘일대일로’ 등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에 사정의 칼을 들이대고 있는데 누가 감히 중앙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겠는가. 움직이는 척이라도 해야 살아남지 않을까.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6.7.29)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7281526003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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