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재료(의용재료)란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전체적으로 대신하거나 부분적으로 보완해 장기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이러한 생체재료가 우리 몸에서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생체 안정성’과 ‘생체 친화성’이 요구된다. 생체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우수한 재료라고 해도 우리 몸 속에서 유해한 물질을 방출하거나 독성반응을 나타내면 생체재료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체 안정성이 확보된 소재라고 해도 몸 속의 조직과 닿아 예상치 못한 알레르기(Allergy) 반응이나 기타 부작용을 일으키면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생체 친화성 또한 중요하다.
생체재료는 18세기 말부터 이용되었는데, 골절된 뼈를 고정시키며 힘을 지탱하고 또 무수히 반복되는 힘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주로 금속계 생체재료가 사용되었다. 현재도 생체금속은 정형외과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1> 골절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생체금속의 종류

<그림1>에서 보듯이 골절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생체금속의 종류는 다양하다. 뼈가 부러졌을 때는 뼈를 고정시키는 골 고정용 와이어로 부러진 부위를 묶어주거나 골 고정판, 골 고정용 스크류로 서로 연결하고, 골수 내에 금속 로드를 박아 체중을 지탱하게 한다. 뼈를 고정시켜 더 이상의 골절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뼈가 다시 붙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골 고정용으로 사용되는 생체금속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체 내부에서 재료가 녹이 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60%~70%가 물로 되어있고, 부식을 일으키는 염소이온이 풍부하므로 소재에 녹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초기 생체금속은 철, 금, 은, 백금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Stainless steel에서 stain은 녹이라는 뜻이고 -less는 없다는 의미의 접미사이다.)
처음 의료용으로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은 18% 크롬(Cr), 8% 니켈(Ni), 2% 망간(Mn), 0.1% 탄소(C)와 71.9%의 철(Fe)로 만들어진 SUS 316이었다. 하지만 학자들에 의해 이식된 SUS 316도 느리기는 하지만 부식이 일어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탄소가 음극으로 작용하여 부식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러한 부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의 농도를 최저인 0.03% 이하로 낮춘 제품인 SUS 316L이 골 고정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생체금속으로 코발트-크롬(Co-Cr)합금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높은 내마모성과 체액과 생리적 부하에 대한 내부식성이 우수한 코발트-크롬합금은 주조과정을 통해 인공관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인공관절은 반복적으로 마찰이 일어나는 부위로 높은 내마모성이 요구된다.
<그림2> 인공관절의 모식도

그리고 1947년부터 생체재료로 사용된 티타늄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SUS 316L과 코발트-크롬합금에 비해 가볍고 탄성계수가 작다는 특징과 함께 전연성(展延性)이 높고, 기계적 성질이 좋다. 비강도(比强度, 강도/비중)는 보통강철의 약 2배, 알루미늄의 약 6배나 된다. 가벼우면서도 강하므로 그 용도가 다양하여 인공관절, 인공치근, 금속나사, 핀, 와이어 등 고정장치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다른 소재보다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니켈과 티타늄이 50:50으로 섞인 니티놀(nitinol)이 생체금속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니티놀은 두 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초탄성(superelasticity)이며, 다른 하나는 형상기억성질(shape-memory effect)이다.
초탄성이란 힘을 가하여 큰 변형이 발생하여도, 그 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말한다. 이 성질을 이용한 것이 혈관 안내 철사(guide wire)이다. 혈관은 굴곡이 심해 안내 철사가 그 안에서 구부러져 영구변형이 일어나 안내철사를 빼 낼 때에 혈관이 딸려 나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니티놀 세선은 초탄성이 있어서 굴곡이 심한 혈관 내에서도 소성변형 없이 쉽게 다시 꺼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형상기억성질이란 금속이 본래의 형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성질을 말한다. 니티놀 금속은 냉각 시 쉽게 구조 변형을 일으키고, 고온이 되면 본래의 형상으로 되돌아 온다. 이러한 니티놀의 형상기억성질을 이용해 골 고정용 링 및 척추고정 기구가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골 고정용 링은 얼음물에 쉽게 펴지며, 이 펴진 형태의 링을 골절부위에 접촉한 후 따뜻한 식염수를 뿌려주면 링 형태로 구부러지면서 골절부위의 뼈를 감싸 단단히 고정시킨다. 이 밖에도 니티놀은 치아교정용 세선, 여성용 브래지어에도 응용되고 있다.
이처럼 철은 의료분야에 중요한 생체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생체재료에 대한 연구에 있어 금속재료 외에도 세라믹재료와 고분자재료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체 내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세포의 기질을 사용하여 생체 안전성과 친화성을 극대화하는 재료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