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역사에도 불구,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티타늄
인류가 티타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공업화에 성공한 이후이다. 21세기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티타늄은 짧은 이용 역사에도 불구하고, 초기 응용 분야였던 항공 우주재료로부터 안경테, 골프채 헤드, 테니스 라켓, 시계 같은 일상 용품뿐만 아니라, 인공 관절이나 뼈 같은 생체 금속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티타늄 원소는 1790년 영국과 1795년 독일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1797년 두 지역에서 발견된 원소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늘의 신(Uranus)과 땅의 신(Gaea)의 아들이면서 지구를 떠 받들고 있는 거인이라는 뜻을 가진 ‘티탄(Titan)’이라고 명명되어 영국에서는 티타늄(Titanium)으로 독일에서는 티탄(Titan)으로 불리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는 독보적인 소재
티타늄의 비중은 4.54g/㎤로 알루미늄(2.71g/㎤)에 비해서는 1.6배 무겁고 철(7.874g/㎤)에 비해서는 60% 가벼운 경금속이다. 티타늄이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비강도(비중대비 강도)와 내식성이 타 소재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티타늄의 비강도 특성이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부문은 항공기용 소재 분야로 1953년 DC-7기의 엔진 넛셀 및 방화벽에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Ti-8Mn이나 Ti-6Al-4V 합금이 개발되면서 항공기용 재료로 정착되었다. 항공기용 구조재료로의 티타늄 사용 비율은 민간기의 경우 10% 내외인 반면, 전투기의 경우 1970년대 초반까지는 10%로 거의 일정했다가 F-14, F-15기에서는 그 사용량이 3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림1> 티타늄 합금이 구조재료로 사용된 F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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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금속의 소재로도 활발히 사용
티타늄의 또 다른 강점은 내식성으로 이를 잘 활용한 분야가 바로 생체금속이다. 티타늄의 내식성이 좋은 이유는 티타늄 표면에 형성되는 산화티타늄 피막이 견고하여 재료 내부로의 부식 억제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이 부동태 피막이 파괴되더라도 즉시 재생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Ti-Zr-Nb-Ta 합급계는 탄성계수가 60GPa 정도로 뼈와 아주 근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티타늄은 염소이온에 대한 내식성이 뛰어나 화학 장치산업이나 해양구조물 등의 소재로 연구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림2>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빛나는 티타늄 벽면

햇빛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구겐하임 미술관
마지막으로 티타늄은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비중이 작아 기존 소재 대비 중량을 적게 할 수 있고, 양극산화에 의해 고유한 티타늄 발색이 가능하여 높은 의장성과 불연성도 우수한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과 같이 1997년 스페인 빌바오에 건립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소장된 작품보다 티타늄 외관으로 더 유명하다. ‘메탈 플라워(metal flower)’로 불리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찬사를 받는 이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것으로 어느 방향에서 어떤 시간에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상과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건물 표면을 덮은 티타늄으로 햇빛을 받으면 미술관은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벽은 티타늄을 0.5㎜ 두께로 잘라 3만3,000여 개를 붙였고, 밖에서 주위를 돌며 바라보면 위치에 따라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보이기도 하고, 티타늄 외판이 마치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전투기 등 군수용 소재로만 사용되었던 티타늄이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여 적용되고 있다.. 꿈의 소재로만 불리었던 티타늄이 점차 우리 생활의 현실이 되는 과정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