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불의 이용이나 나침반, 종이 및 화약의 발명과 같이 문명을 진일보하게 발전시키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이러한 과학기술 중에서도 금속의 사용은 소재 측면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으며, 수많은 금속 중에서도 철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인류는 이미 청동기 시대에 금속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였으나, 청동의 희소성 때문에 그 용도와 사용자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반면, 매장량이 풍부하고 지역 편재성이 적은 철의 발견은 소재의 대중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기원전 6000년 즈음부터 금속을 알고 있었으며, 기원전 1200년 즈음에는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철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가 최초로 철을 사용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는 청동의 원료인 황동석을 채광하던 중 비슷한 색깔을 내는 적철광을 잘못 채광한 후 제련과정을 거치면서 철을 발견했다는 ‘채광착오설’이고, 두 번째는 지표에 존재하는 철광석이 산불에 녹아 철의 존재를 알렸다는 ‘산불설’이며, 세 번째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철이 발견됐다는 ‘운석설’이다. 학자마다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게 인정받고 있는 가설은 ‘채광착오설’이다.
<그림 1> 현재 터키 지역에서 위치를 떨친 히타이트 지도

인류의 철기시대 진입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고대국가는 히타이트(Hittite)였다. 히타이트인들은 철기를 쇠를 녹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쇠와 불순물이 섞여 있는 스폰지 형태의 덩어리를 두드려 단철(鍛鐵)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당시 히타이트 제국의 야금 기술은 지구상에서 독보적인 것이었고,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철광석이 풍부했기 때문에 고대 철기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4대 고대 문명 가운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근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발전한 이유가 바로 히타이트인들의 철기 제조 기술 덕분이다.
<그림 2> 히타이트 철기

한편 동북아 지역에서의 철의 사용은 중국 춘추시대(기원전 7세기~5세기경) 이후 단조 철기와 거의 동시에 주조(鑄造) 철기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중국의 철기 주조기술은 유럽에 비해 무려 2000년이나 앞서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1868년 플라스틱이 발명되고 20세기 이후 세라믹 등 신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이 집중되고 있지만, 철기시대 출현 이후 철만큼 인류에게 사랑을 받고 많이 사용되는 소재는 아직 없는 듯 하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잇는 새로운 소재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