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상태의 철은 철광석이라고 불리는 적철광(Fe2O3)이나 자철광(Fe3O4)처럼, 산소와 결합된 산화물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공정은 화학반응인 환원공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환원공정에서는 철광석을 녹일 정도로 높은 열을 내면서 철광석을 철로 환원시킬 수 있는 탄소를 다량 함유한 연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철의 환원공정에 사용되는 연료가 탄소 이외에도 철강 품질을 저하시키는 황이나 인 성분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철광석을 녹여 양질의 철을 제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고대 대장간부터 17세기 제철소까지, 철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 원료는 목탄이었다. 그러나 목탄은 제선(製銑, Iron making)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력에 의해 쉽게 타 버렸기 때문에 생산되는 철의 양이 적고 품질도 좋지 못했다.
<그림1> 석탄 용광로를 탄생시킨 아브라함 다비(Abraham Darby)

석탄 용광로(고로)는 아브라함 다비(Abraham Darby)가 저황탄(0.5~0.55%S)을 제철에 활용하면서 탄생했다. 철제 용기를 만드는 일을 하던 다비는 어느 날 실린더 제작 주문을 받게 된다. 탄광용 펌프로 사용할 증기기관을 개발하던 토머스 뉴코멘의 주문이었다. 다비는 좋은 실린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의 품질 개선이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제철소는 이에 적합한 철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비는 스스로 제철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다비 이전에도 목탄을 석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황 성분이 많아 실제로 활용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비는 제철소 건설지로 콜브룩데일(Coalbrookdale)을 선택했다. 콜브룩데일은 철광석이 풍부한 산과 인접해 있고 황(S) 성분이 적은 석탄을 구하기도 쉬운 지역이었다. 다비는 6개월여 동안 실험을 거친 후 1709년에 코크스 제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석탄을 코크스로 만들고 이것을 연료로 철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품질이 좋은 석탄을 밀폐된 코크스로에 장입한 후 고온으로 건류하여 코크스를 만들었다. 동시에 철광석과 코크스가 오랫동안 접촉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용광로를 제작했다. 그렇게 하면 코크스가 용광로 안에서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철광석을 충분히 환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비가 개발한 코크스법은 그의 아들과 손자인 다비 2세와 다비 3세를 거치면서 기술적 진화를 계속한다. 다비 3세는 세계 최초의 철교인 아이언브릿지(Iron bridge)를 건설하기도 했다. 콜브룩데일의 세번 강에 세워진 길이 60m의 아이언브릿지는 1950년대까지 실제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원래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림2> 세계 최초의 철교 아이언브릿지(Iron Bridge)

다비 가문의 노력으로 18세기 후반에 코크스 제조법이 확산되었는데, 1760년에 14개에 불과했던 코크스 용광로는 1790년에 86개로 증가했던 반면, 목탄 용광로의 수는 더 이상 늘지 않아 같은 해 25개에 불과했다. 제철소의 입지도 석탄 공급이 원활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어 1800년을 전후로 제철소의 약 75%가 탄전 주변에 들어서게 된다.
코크스법을 발전시킨 영국의 철 생산량은 1740년 1만 7천 톤에서 1852년에는 270만 톤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세계 생산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게 되었고, 영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