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포스코경영연구소 20주년 공동기획
지구 핵의 철 성분 자기장 형성… 유해 태양풍 막아줘 생명 존재케 해
인체 생명 유지 위해서도 미량의 철 필요, 식물 호흡에도 중요 역할
효율적 동력원 ‘증기기관’ 수송혁신 이끈 ‘철도’… 자본주의 발달 기여
3. 철이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았는가? 만약 철이 없다면 지구는 존재할까? 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풍요로움은 어떻게 될 것이며, 우리 몸의 건강은 어떻게 될까? 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다만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삶 속에서 만나는 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편집실>
철이 없으면 지구에 생명 존재할 수 없어
지난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3%였다. 전 세계 평균 보급률이 22%인 것과 비교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게 거의 없다.
뉴스 검색, 일정 관리, 쇼핑, 길 찾기, 게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스로 건강진단을 할 수 있는 앱까지 나왔다.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골치라고 한다.
어린아이조차 장난감보다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하니 스마트폰의 힘이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이니 그야말로 스마트폰의 세상이라 할 만하다.
그에 비해 철은 어떤가? 최종소비재가 아니라 중간재라는 특성 때문에 대중의 인지도는 스마트폰에 비해 턱없이 낮다. 철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인식만 못할 뿐이지 철은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우리 생활이 불편할 뿐이지만 철이 없으면 우리의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장은 유해한 태양풍을 막아 지표면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한다.
바로 이 자기장이 지구 핵의 철 성분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만약 철이 자성을 띠지 않는 미지의 물질로 바뀐다면 지구를 보호하는 자기장을 만들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지표면은 방사선 지옥이 될 것이고, 지구에는 지금과 같은 생물이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몸속 철분 부족시 빈혈 등 유발… 생명 유지에 필수
우리 몸속에도 3g 정도의 철이 들어 있다. 미량에 불과하지만 이 3g의 철 때문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피가 붉은색을 띠는 것은 바로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철분 때문이다.
체내 적혈구 형성에 필요한 철분이 부족하게 되면, 쉽게 피로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빈혈 증세가 나타난다. 미국 과학잡지 <디스커버>는 해마다 전 세계 어린이 5만 명이 철분 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 세계 유아 4명 중 1명은 철분이 부족해 빈혈을 겪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자신이 철분 결핍 상태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최근에는 철분 섭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한 연구다. 미국 코넬대학과 농업연구청 연구팀은 철제 그릇이 철분 결핍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팀은 각각 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조리기구를 사용하여 양배추를 조리한 뒤 체내 흡수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철제 그룻으로 조리한 음식이 알루미늄 그룻으로 조리한 음식보다 철분의 체내 흡수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 조상들이 가마솥으로 밥을 짓던 것도 철분 부족을 메우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식물이 호흡하는 데도 철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광합성 작용에 필요한 엽록소 형성에도 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철제 증기기관·철도… 산업혁명·근대화 이끌어
산업혁명의 단초가 된 것은 증기기관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증기기관이라 하면 증기기관차를 떠올리지만, 원래 증기기관은 탄광에 고인 물을 퍼내기 위해 만들어진 동력원이다. 영국은 철광석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었다.
18세기 들어 석탄과 철광석을 원료로 한 석탄공업과 철광석 용해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하게 됐다. 이 때문에 토머스 세이버리, 토머스 뉴커먼 등이 증기기관의 초기 형태인 펌프와 대기압 기관 등을 고안했고, 마침내 1765년 제임스 와트가 뉴커먼의 기관을 개량해 효율적인 증기기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을 왕복 운동시켜 동력을 얻는 증기기관은 사람이나 가축의 힘, 수력, 풍력 등 인류가 이용해온 어떤 동력원보다도 더 강력하고 효율적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에 힘입어 면직공업·기계공업·제철공업 등 영국의 관련산업들은 순차적으로 발전했다. 또 도로운송망 확장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게 됐다.
1840년대에 철도 붐이 일어나면서 영국은 또 한 번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철도로 인해 대량생산의 가장 큰 장애물이던 수송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철재로 만든 레일이 나오기 전, 16세기 독일의 하르츠 탄광지역에서 목재 선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목재 레일은 마모가 심해서 오래 쓸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것이 철재로 만든 선로였다. 18세기 제련법의 발전으로 주철이 생산됨에 따라 철재로 만든 선로가 탄생하게 되고 1774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맞물려 철도와 기관차는 산업혁명을 이끄는 축으로 부상한다.
영국이 철도를 만들었다면, 미국은 철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프런티어들은 광활한 영토에 철도를 놓아 기차를 타고 미지의 땅 서부로 달려갔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역시 철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1869년에 미국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되고, 이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부의 도시가 속속 건설됐다.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는 곧 철도의 역사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철도에 의해 산업혁명이 완성됐고, 근대화가 진행됐으며 자본주의가 발달한 셈이다.
박현성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소>
게재지: 포스코신문<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