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트렌드] 인공지능은 경영자를 대체할 것인가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이긴 직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경영자를 대체할 수는 없을까라는 주제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지금 당장 경영자를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보다 나은 인공지능 CEO가 출현할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머지않아 경영위원회의 위원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닌가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대부인 대니얼 카너먼은 지난 4월 미국 와튼스쿨이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해 “최고경영자도 언젠가는 멸종위기종 리스트에 올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인간 CEO와 기계 CEO를 두고 내기를 건다면 당연히 기계에 돈을 걸어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판단이 지적으로 설계된 인공지능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승리하는 이유는 인간과 달리 소음(Noise)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음은 신호와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요인으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미국 국방부는 2012년 미군 사망자들을 조사한 결과 자살한 군인수가 349명으로 교전 중 전사한 313명보다 많다고 밝혔다. 일반인으로 확대해 봐도 타살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절대다수가 “자살보다 타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답한다. 왜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일까.
뉴스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참상, 끔찍한 살인사건등 강력 범죄가 훨씬 많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들이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라는 직업도 소멸 대상
인공지능은 확보한 데이터의 양만큼 정확한 의사결정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경험(데이터)한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결국 경험치(데이터)가 능력인데 궁극적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더 우월하며 어떻게 인공지능과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카너먼의 주장이다.
만약 알파고가 더 발전해 CEO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 사업적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으로까지 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영 의사결정이나 의료 진단과 같은 복잡한 일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게 되면 인간의 판단 능력은 점차 취약해 질 것이다”라고 카너먼은 말했다. “인공지능만 있으면 CEO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조직 내 권력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계가 개발되도록 기존 인간 경영자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어느 미래에 인간 CEO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CEO가 가능하겠지만 인간 CEO는 그것을 수용하지 않거나 미리 차단할 것이라는 말이다.
CEO의 변화 대응력은 대체 불가능
포춘의 지난 8월 기사에 따르면 로이 헤셀이라는 미국의 한 CEO는 카너먼과는 다른 주장을 내놨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은 인간 CEO가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헤셀은 전 세계에 걸쳐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한 온·오프라인 광학회사를 운영한다.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는 외과의사 친구에게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직업이지만 머지않아 로봇으로 대체될 걸세. 이미 무인 트럭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가상 직원이 콜센터의 인간을 대체하고 있어서 수술실도 기계들의 차지가 될 걸세”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 친구는 “그럼 CEO라는 직업은 특별한가”라고 되물었다. “로봇이 CEO를 대체할 수 없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친구의 질문 때문에 그는 인공지능이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고 자문해 보았다. 고민한 결과 그는 CEO의 핵심 역할인 다음 세 가지를 인공지능인 기계가 수행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첫째, 기술적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이다. 영리한 CEO는 자신의 분야 및 인접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다...
(htkim77@posri.re.kr) 201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