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 경제에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아프리카 내수시장의 빠른 성장 덕분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2017년 아프리카경제전망(African Economic Outlook 2017)’ 보고서에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올해와 내년 (아프리카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 경제 반등
세계 경기 호전에 올 3.4% 성장 전망
외국인 투자 등 205조원 몰려들 듯
중국 인건비 올라 경공업도 메리트
한국 교역액 1.3% … 투자 서둘러야
산업화 경험 전수, 자원 확보 윈윈을
AfDB는 올해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성장률을 3.4%, 내년에는 4.3%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아프리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자재 블랙홀이었던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줄었고, 미국산 셰일오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이자 1위 경제 대국인 나이지리아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아프리카 대륙 54개 국가 전체 성장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12년 6.2%에서 2013년 3.9%로 추락한 후 2015년까지 3%대 성장이 이어지다 2016년에는 2.2%로 3%선 마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AfDB가 올해와 내년 각각 1%p에 가까운 성장률 상승을 전망한 것은 분명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AfDB가 올해부터 아프리카 경제에 대한 중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자원부국과 비자원국가 모두에게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54개 국가는 크게 자원주도 성장국가와 비자원 국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자원 부국에게는 지난해부터 상승 반전한 원자재 가격이 경기 회복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IMF 상품가격지수는 114.37로 2015년 말 90.84에 비해 25% 가량 상승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4분의 1 가량이 한두 가지 자원만으로 전체 수출액의 75% 이상을 채우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 해당 자원가격 상승은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비자원 국가는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이 든든한 뒷받침이다. 아프리카는 12억 명의 인구와 몰려드는 자본을 기반으로 중산층이 늘고 있다. AfDB는 올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돈이 외국인직접투자(FDI)와 해외 교포 송금액을 포함해 1797억 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575억 달러 규모로 추정한 FDI는 자원 부문 외에 소비재와 서비스부문으로까지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급증하는 중산층과 함께 파이가 커지는 내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로 읽을 수 있다.
유엔은 2015년 아프리카 중산층 인구를 3억5000만 명으로 추정했으며, 2030년에는 5억 명, 2060년에는 1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소비재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3505억 달러에 달했던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소비재 시장은 올해 3558억 달러, 그리고 4년 후인 2021년에는 5259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이다.
또한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집트(936억 달러), 알제리(677억 달러), 모로코(591억 달러) 등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제조업 육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54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26개 국가가 국가차원의 산업발전 전략을 실행중이고, 이중 19개 국가가 경공업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 아직은 노동집약 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집중돼 있지만, 이들 지역의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아프리카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경제가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국에게 아프리카는 아직도 머나먼 대륙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 아프리카 교역액은 2015년 기준 131억 달러로, 전체 교역액 9632억 달러의 1.3%에 불과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집계한 아프리카 투자액도 2016년 6월 말 52억 달러(신고금액 누계액 기준)를 기록,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 투자액 4620억 달러의 1.1%에 그친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숫자도 미미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지역의 경우 2015년 말 현재 18개국에 298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그나마 절반이 넘는 170개 기업이 교민기업으로, 생계형 소상공인 및 자영업이 대다수(113개)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28개는 지상사로 건설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남아공, 나이지리아, 앙골라, 탄자니아 등 자원부국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의 숫자도 적지만 규모도 미약하다. 지상사의 65%, 교민기업의 54%가 연 매출액 50만 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은 지사와 상사의 18%(23개), 교민기업의 8%(14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아프리카보다 시장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의 전통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한국 제품에 장벽을 쌓는 나라가 늘고 있다. 통상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대체시장 개척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우선 풍부한 자원과 인구 등 성장잠재력이 높다. 또한, 한국의 교역 파트너로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 속에서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의 경험은 아프리카에 유용한 경제발전 노하우가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를 활용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국제관계학 박사
때마침 아프리카가 제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기반으로 경제를 키우려 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국제관계학 박사
중앙일보 (2017.9.11)
http://news.joins.com/article/21923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