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이던 GE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초 5800억달러를 넘어서던 시가총액은 최근 670억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글로벌 증시를 이끌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첨단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삼성을 보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중국은 인공지능, 3D 프린팅, 드론,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바이오, 증강현실, 로봇 분야도 5년 내에 추월이 예상된다. 최근 MBN 보고대회에서 `우리가 책상에서 전략을 짤 때, 중국은 이미 실행했다`고 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우려와 아쉬움에 공감하는 이유이다. 이제 기업의 경영전략혁신에도 촛불혁명이 시급하다. 국민이 주주이고, 고객이 함께 생산하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과 초지능보다 전략혁신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열정은 있으나, 진정 필요한 전략혁신 실행의 열정은 너무 약한 것일까.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에 유용했던 생각의 틀과 일하는 방식, 전략 방향 등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때다. 따스한 자본주의 4.0, 지속가능 발전, 세계시민 정신 등 기업경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몰아쳐오고 있다. 경영자, 근로자, 노조,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전략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아니면 모두가 공멸한다. 그런데 실타래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익숙해져버린 남의 탓과 책임 전가, 자기 이익 보호를 위한 목소리만이 들린다.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20년 넘는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현장의 전문가들이 혁신을 이끌고 경영진이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것이다. 일상화된 공감과 소통, 신뢰와 배려가 근로자를 혁신의 자발적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소통과 공감은 전략혁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 능력이다. 사회적 관계 능력은 적을 친구로 만들고, 경쟁사를 동업자로 만든다. 이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입장이 서로 다른데 자신의 주장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최고경영진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도, 다수 집단의 의견이 정답도 아니다. 어쩌면 정답은 다양한 의견 수렴의 프로세스를 통한 공감, 그 자체일지 모른다. 근로자가 경영진을 바라보는 눈높이에서 경영진도 근로자를 봐야 한다. 경영자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면 직원이 이를 정답으로 알고 따르게 하는 상명하복 문화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현장의 근로자가 하나가 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이 있는 현장의 인재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사업전략, 경쟁전략 등 기업의 모든 전략에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성공한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 그룹 총수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결단은 신선하다. 변화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은 리더의 모습에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읽는다.
근로자는 혁신의 대상이 아닌 혁신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이들의 주인의식이 떨어지고 노노 갈등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한 전략혁신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오너 등 일부 경영진의 생각에 혁신의 의미가 왜곡돼서는 안 되지만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혁신이 외면돼서도, 부정돼서도 안 된다. 기업경영 전략뿐 아니라 노조의 전략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공감과 소통의 기업시민 정신이 전략혁신의 실행을 앞당겨줄 것이라고 믿는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임원 사장
매일경제 (2018.12.04)
출처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756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