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럴 때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마음에 주역의 지혜를 빌려보니 지뢰복(地雷復) 괘가 나왔다.
첫째,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인데, 시공을 초월해 보면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근본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공의 제약 속에서는 남과 북은 상호 신뢰가 많이 부족하고,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심리적 두려움 또한 크다.
사실 근본은 시공을 초월했지만, 문제는 시공의 제약 속에서 벌어져 왔던 과거의 경험이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동질성조차도 분단 이후 60년 이상 동안 너무 많이 훼손됐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 논리보다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근본에 대한 생각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둘째, 땅속에 우레가 있다는 것은 땅 아래에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남북군사합의로 비무장지대(DMZ) 속 일부 지뢰를 공동으로 제거했음은 주역의 지혜로 나온 지뢰복괘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성공단 폐쇄, 금강산 관광 취소 등은 이미 남북경협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남북경협 준비는 어떤 상황일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조차도 옛말이 된 지금, 우리가 예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투자의 대가인 미국의 짐 로저스가 가능하다면 개인 재산까지 모두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 대기업들은 너무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은 아닐까.
셋째, 땅속의 우레(양기 하나와 음기 두 개)가 땅(음기 세 개)을 뚫고 성장하는 데에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어린 양기의 생명에 상처를 주지 말고, 서로 진심으로 도와주면 새로운 생명의 싹이 확 트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제일 밑에 있는 희망의 양기가 생명력을 갖게 되면 그 폭발력은 엄청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결론적으로 지뢰복의 지혜가 주는 남북경협의 미래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남북관계 회복, 비정상의 정상화, 잃어버린 마음의 회복을 의미한다. 다만 희망의 씨앗도 공명정대하지 못하다면 뿌리내리지 못하고, 대지를 향한 겸손이 없다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공 제약의 현실 속에서 올바른 균형감각을 가지고 남북 평화체제 속에서 공존과 공동번영의 근본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매일경제 (2019.02.26)
출처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9&no=115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