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연구

미중 충돌의 세 갈래 길, 선택은?

2020.07.14 장윤종

올해 초 수습 양상을 보이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방면에서 험악한 충돌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하며,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을 숨긴 자국 교수를 체포하는 등 전방위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일련의 조치가 일시적이거나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5월에 발표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백악관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개방을 촉진하면 중국이 열린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은 달성했지만 자유개방 사회로의 수렴은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하게는 중국이 자유개방 국제질서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으며,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전 세계 국가와 개인의 주권과 존엄성을 훼손했다고까지 적시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데, 그 전개 양상은 어떤 모습일까.

미중 충돌의 전개 방향은 크게 세 갈래 길로 예상해볼 수 있다. 1차로 ‘파국이냐 공존이냐’, 2차로 공존의 경우 ‘분리냐 통합이냐’를 기준으로 세 유형을 상정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파국형’으로서 그레이엄 앨리슨의 ‘투키디데스 함정’에 해당한다. 앨리슨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다고 지적한다. 전쟁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그가 강조하듯이 현재 전개되는 미중 충돌이 과연 전쟁으로까지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유형은 ‘분리 공존형’이다. 최근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규제와 압박, 중국을 배제한 교역망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등이 발전하면 이 유형으로 수렴할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를 미국과 중국이 분할한다는 것이며, 중국을 새장 안에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통합 공존형’이다. 이 유형은 ‘혁신경쟁’을 특징으로 하는데 미국은 이미 두 차례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50년대 말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를 발사하자 미국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의 대대적인 개혁을 실시하게 되는데,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설립과 기초학문 중시 교육시스템 도입이 이때 이뤄진다. 두 번째는 1980년대 일본의 도전으로, 미국 제조업은 공동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미국은 대대적인 공급 측 개혁과 1990년대 인터넷 기반 ‘신경제’를 통해 일본의 도전을 극복하게 된다. 중국의 도전이 과거 소련과 일본의 도전과 비교해 미국인들에게 더 큰 ‘두려움’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GAFA[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와 BAT[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를 주축으로 하는 미중 간 혁신경쟁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중 충돌의 전개 방향을 ‘파국형’, ‘분리 공존형’, ‘통합 공존형’으로 구분할 때 과연 어느 유형이 유망하고 바람직할 것인가? 단연 혁신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통합 공존형일 것이다. 현행 미중 충돌이 이 유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술습득 문제와 국영기업 및 보조금 문제에 대한 글로벌 룰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혁신성장 뉴딜에 국운을 걸고 매진해 미중 모두가 ‘전략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탐내는 미래의 혁신역량을 만들어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